소멸하는 듯하면서도 생명이 꿈틀거리는… 전업작가 이정걸 개인전
입력 2013-10-20 17:13
사라지는 것이 있으면 또 생겨나는 것이 있다. 해가 지고 나면 달이 뜨고. 달이 지고 나면 다음날 아침 햇살이 또 다시 밝게 떠오르듯이. 경희대 서양화과를 나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이정걸의 그림에는 소멸과 생성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화면에 세밀한 색조로 그려내는 다소 추상적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소멸하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생명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환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작가는 아날로그적인 수작업과 컴퓨터 기법을 활용한 디지털 요소를 한 화면에 동시에 구현한다. 붓질과 컴퓨터 그래픽의 만남으로 이색적인 색채를 만들어낸다. 이를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시간 구획)’라고 명명한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후 컴퓨터를 이용해 사진을 연결하는 영상기법으로 영화 ‘매트릭스’처럼 운동감이 심한 장면의 순간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유용하다.
이렇게 작업한 작품 30여점을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란색 그림과 화면 뒤에서 사람들이 아른거리는 작품(사진) 등이 눈길을 끈다. 그는 “작가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라고 말한다. 소멸의 흔적에 깃든 생명의 불씨, 손과 기계로 만든 실재와 허상의 합작,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발견하는 가족의 행복을 들려준다(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