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증 걸고… 엄마들이 돌아온다
입력 2013-10-20 17:32
“아기를 낳고 집에 있는 동안 명품 목걸이보다 사원증을 걸고 싶었습니다.”
전소영(38·여)씨는 20일 6주간의 인턴 과정을 끝낸 소회를 담담하게 말했다. 전씨는 CJ그룹이 지난 7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CJ 리턴십(직장복귀) 프로그램’ 1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서울 퇴계로에 있는 CJ인재원에선 전씨처럼 CJ 리턴십 인턴 과정을 끝낸 사람들이 모여 그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모두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직장생활을 그만뒀던 엄마들이었다.
엄마들이 기업 현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CJ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을 대상으로 채용을 실시하면서 전씨와 같은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CJ그룹은 잡지사 기자 출신의 전씨에게 홍보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전씨는 “1년만 경력이 단절돼도 회사로 돌아가기 힘들다”면서 “그런데 3년10개월이란 경력 단절에도 불구하고 채용의 문을 열어줘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CJ 리턴십의 지원 조건은 2년 이상의 경력 단절이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8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맨 먼저 앞장선 것은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였다. 점장이나 부점장을 지냈던 여성 인력들을 재고용한다는 내용의 프로젝트였다. 지난 1일 서울 목동점에 채용된 김민혜씨는 2001년 스타벅스와 인연을 맺은 뒤 육아를 위해 2010년 회사를 그만뒀다가 이번에 시간제 일자리 덕분에 재취업한 경우다.
경력단절 케이스뿐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주부 사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맥도날드 여의도점의 양경자(55)씨는 지난해 이 회사의 주부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했다. 양씨는 “자영업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게 되니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엔 승진의 기쁨을 맛봤고 신입직원 교육도 맡게 됐다. 지난 10일 주부 채용 설명회에선 상담자로 나서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설명회에는 하루 동안 770여명의 주부들이 몰렸다. 양씨는 “승진하려면 정규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시험도 봐야 한다”면서 “한 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승진 기회까지 줘서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각 사의 리턴십 프로그램은 회사와 당사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오랜만에 돌아온 직원들이 열의를 갖고 일하면서 기존 직원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면서 “푸드빌은 외식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주부들의 의견은 기획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전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10시, 양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6시다. 양씨는 “낮 2시에 퇴근해 하루가 길다”고 활짝 웃었다.
재취업한 이들도 남은 과제는 있다. ‘주부 사원도 경쟁력이 있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다행히 경력단절 사원들은 일하는 태도나 사명감 등이 남달라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