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외르크 슈페르너 쾰른대성당 복원 담당 부책임자 “첫째 원칙은 전통 살리기”

입력 2013-10-20 17:33


157m 쌍둥이 대첨탑이 위용을 자랑하는 13세기 고딕 양식의 쾰른 대성당은 착공에서 완공까지 600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유명하다. 1248년 착공했으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16세기 중엽에 중단됐다. 그러다가 19세기 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재건되기 시작해 1880년 완공됐다.

1996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 대성당의 보수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런 궁금증에서 지난달 16일 쾰른 대성당의 복원 담당 부책임자인 외르크 슈페르너(사진)를 이 성당의 남쪽 광장 사무동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대성당을 유지·보수하거나 복원하는 작업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지금도 북쪽 탑의 천사 석상 하나를 복원하고 있고 일부 스테인드글라스를 교체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원은 최대한 전통을 살린다는 게 원칙이다. 예컨대 스테인드글라스의 경우 바이에른 주 발트자센(Waldsassen)에 600년 전통의 스테인드글라스 공장이 있는데, 거기서 쾰른 대성당뿐 아니라 전국의 유서 깊은 대성당들이 유리를 공급받는다고 전했다.

쾰른 대성당에서 보수·복원 작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100여명이다. 건축가, 고고학자, 역사학자 등 전문 연구진 외에 석재, 유리, 전기, 목공, 지붕, 비계목(발판) 등 재료별, 분야별 장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고딕 성당으로는 세계 3번째로 높은 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켜가는 힘은 시민들의 기부다. 쾰른 대성당 보수와 복원에는 연평균 600만 유로(약 87억원)의 예산이 든다. 이 중 60%는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로 충당하고 나머지 40%를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교회연합 등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기부는 1유로부터 정부가 주는 150만 유로까지 다양하다고 그는 말했다. 대성당 안에 놓인 기부함이나 은행 계좌로는 성금이 답지한다.

무엇이 이런 기부 열정을 낳은 것일까. “쾰른 대성당의 쌍둥이 탑은 쾰른 시 어디서나 보입니다. 고층 건물을 짓지 않는 독일에선 그 존재감이 압도적이지요. 이곳 시민들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나눔을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복구나 복원작업을 도울 때 시민들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슈페르너는 이렇게 설명했다.

연초 슈피겔지는 연평균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쾰른 대성당이 주변의 지하철 건설 공사로 인한 소음 문제가 생겨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지하철이 놓이는 지반에 고무 범퍼를 까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가 됐다”면서 “앞으로 6개월이면 소음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쾰른=손영옥 문화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