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국 日의 과거사 부인은 거만한 태도”
유대인희생자기념재단의 우베 노이매르커(사진) 사무국장은 지난 달 12일 베를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승전기념비나 위령비 같은 전형적인 전쟁 기념물은 독일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지른 과오 때문에 생겨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처럼 나치의 과오를 상기시키는 조형물은 이런 역사적 특수성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베를린 시내 게오르겐슈트라세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재단은 나치에 박해받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4개 추모비의 건립과 관리를 관장한다. 홀로코스트 추모비(2005), 동성애자 추모비(2008), 유럽의 집시 추모비(2012)가 이미 세워졌고 인체실험 희생자를 위한 추모비는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노이매르커 사무국장에게 홀로코스트 추모비의 모양새가 하늘로 우뚝 솟은 일반적인 기념비와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1994년 설계 공모전 때 당선작을 뽑는 과정에서 형식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며 “예술, 건축, 도시디자인, 정치, 행정 등 분야별 대표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추상적인 형태가 깊은 아픔과 반성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건 전쟁 영웅을 기리자는 게 아니라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 건립 논의는 전후 수십년이 흐른 뒤 시작됐다. “동·서독 정부 모두 침묵했는데 80년대 후반 들어 시민사회가 건립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유대인 수용소 등 역사적 기억을 가진 장소는 세상에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그 수용소에 갇혀 박해받은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은 없다는 반성이 일었다는 것이다. 통독 이후 90년대 들어서부터는 추모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본격화됐다.
유대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비 외에 동성애자, 유럽 집시 등 다양한 성격의 집단을 위한 추모비가 세워지는 것과 관련해선 “모든 희생자는 똑같이 귀하다. 2등급 희생자는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문화정책 입안과 집행은 주정부 소관이다. 그런데 추모비 건립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진행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노이매르커 사무국장은 같은 2차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역사적 잘못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거만한(stolz) 태도”라면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기 세계만 고집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관 뚜껑을 덮어 놓은 것 같은 나라”라고 비판했다.
베를린=손영옥 문화생활부장
[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우베 노이매르커 유대인희생자기념재단 사무국장
입력 2013-10-20 17:44 수정 2013-10-20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