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루마니아 정홍기 선교사] “비전 품은 지도자를 보내주소서”

입력 2013-10-20 17:16 수정 2013-10-20 20:11


“정치인들이 하나님 만나게 해달라” 국회 선교 열기

수려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 비옥한 농토를 보유한 루마니아는 축복받은 국가다.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수년째 간구하고 있는 중요한 기도제목 하나가 있다.

‘하나님 안에서 비전을 품은 지도자를 보내주소서.’

루마니아 국민들은 공산 독재 정권에서 정교회의 사역이 위축된 영향으로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른다. 또 과거 공산주의 무신론 사상에 젖어있는 이들이 많다. 지금 루마니아에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경건한 믿음을 지닌 지도자다. 많은 국민이 아직도 가난과 부패 속에서 아픔과 고통을 겪는 것은 믿음의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란 걸 20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절실히 느꼈다.

2004년부터 시작한 ‘기독교와 사회’ 세미나를 통해 만나게 된 루마니아 정치인들은 나의 선교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큰 동력이 되어 왔다. 루마니아의 크리스천 정치인들을 만나는 주요 창구가 될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 정치인을 양성하는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탄생한 ‘기독교연합민주당(기민당)’은 의회선교 사역에 훈풍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민당은 향후 크리스천 지도자를 배출하는 모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기독교 정치를 펼쳐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드디어 루마니아에도 마련된 것이다.

기민당의 탄생에는 오순절 교회 출신 빅토르 퍼러거우 장로가 큰 기여를 했다. 나는 그와 함께 10여년간 친분을 나누며 그의 정당 결성 업무를 도왔다.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신앙적 자문과 더불어 개신교 정치인들을 연결해주는 일이 내 역할이었다.

앞서 2005년 시작된 ‘루마니아 국회 조찬기도회’는 루마니아 정치권에 복음의 전령사를 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침례교 목사인 기독민주농민당 소속 페투루 두굴레스크 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미국 워싱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가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두굴레스크 의원은 정교회가 주류인 루마니아에서 미국과 유럽 개신교 지도자들을 강사로 초청, 정교회 및 가톨릭 지도자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기도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8년 1월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그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2011년 ‘국회 에큐메니컬 기도회’가 별도로 조직됐다. 지금까지 8회째 진행되고 있는 에큐메니컬 기도회에는 루마니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며 유럽 회원 30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아침기도회 및 저녁 만찬, 세미나에 이어 루마니아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 기도회는 유럽연합(EU) 브뤼셀 기도회와 런던 기도회, 독일 기도회 등과 교류하면서 유럽 의회 안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전달하고 있다. 전도 및 교제가 중심이다. 또한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 기독교 정치운동’ 회원들과 함께 유럽의 기독교 정치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 국회에 기도회를 만들어 전도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미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몰도바, 크로아티아 등 주요 국가들이 기독교 정치인들을 규합, 국회 기도회를 결성한 상태다.

외국인인데다 국회의원도 아닌 나는 루마니아 국회 기도회의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된 사역은 루마니아 개신교 국회의원을 이 나라의 리더로 세워가는 일을 돕는 것이다. 지금은 오순절 교회 신자인 미르차 루바노비치 의원을 통해 그 사역을 진행 중이다. 화요일마다 정기 기도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을 향한 나의 사역 가운데 중요한 일 하나는 그들이 한국교회의 영성을 체험케 하는 일이다. 이미 몇몇 의원들은 한국의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의 깊은 영성에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와 자신의 실제 삶에 적용하고자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가슴은 뜨거워지고 사역에 보람을 느끼곤 한다. 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온전한 개신교 중심의 기도회를 통해 개신교 정치인들을 점점 더 많이 발굴해내는 것이다.

루마니아 국회 선교 사역의 또 다른 동역자는 지난해 국회에 진출한 미르차 루바노비치 의원이다. 50대 초반의 미디어 분야 CEO 출신인 그는 철저한 복음주의 신앙의 소유자다. 조국 루마니아를 위해서라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가 투철하다. 그가 이달 초 나에게 전화를 걸어 건넨 말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나고부터 내 삶과 정치적 비전이 달라지고 있다. 나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기 바란다.” 그는 최근 루마니아 국회 기도회를 방문한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회원들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갖게 됐다. 지금 루마니아 CBMC 창립 발기위원회 회장을 맡아 루마니아 CBMC 창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년간 루마니아 선교를 하면서 갖게 된 나의 기도제목은 “국가 조찬기도회를 통해 이 나라 정치인들이 주님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기민당을 통해 젊은 인재들을 정치·경제 분야의 지도자로 쓰임받게 해달라는 간구도 이어가고 있다.

1989년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곳에 예수를 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다. 하지만 이곳의 언어나 문화를 전혀 몰랐을 뿐 아니라 수세기 전부터 수백만명이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공산주의가 동유럽에서 기독교를 완전히 말살해 버린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고, 그저 새로운 교회들을 개척해 기독교 문화를 세워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만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남긴 상처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상황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 20여년간 선교학 책에서 접해보지 못한 동유럽 옛 공산주의 국가의 독특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 크다. 동유럽을 위한 선교 모델이 없고 선교훈련을 받을 기회도 적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마주한 선교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고뇌, 상처, 충격…. 하지만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나의 사역이 이어져가고 있는 걸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선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나 역시 동유럽 선교사의 일원으로 루마니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4:7)’ 사도 바울의 담대한 고백을 떠올리면서.

●정홍기 선교사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1985년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 졸업

△AFC선교회 간사(1986∼1991)

△1992년 AFC선교회 루마니아 선교사로 파송

△루마니아 시온장로교회 목사(1992년∼현재)

△루마니아 전문인 지도자 개발원 대표(2010∼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