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NGO 대표에게 듣는다] ④ 월드휴먼브리지 김병삼 대표이사

입력 2013-10-20 17:23


“우린 NGO 돕는 NGO 될 겁니다”

월드휴먼브리지의 김병삼(50) 대표이사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설립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월드휴먼브리지의 젊은 이미지와 잘 어울려 보였다.

월드휴먼브리지는 돈이 많거나 조직이 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느 단체보다 활동이 왕성하다.

특정한 대형교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나눔사역을 펴고 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김 대표이사를 18일 서울 충무로의 월드휴먼브리지 사무실에서 만나 물어보았다.

-만나교회라는 대형교회의 담임인데, 따로 NGO를 만든 계기는.

“10년 전 교회의 담임을 맡은 뒤 성장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내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많이 아팠어요. 설교도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그때 교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지요. 교회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교회의 사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월드휴먼브리지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NGO도 많은데 굳이 교회가 또 하나의 단체를 만들어야 했나요.

“저희 교회가 다른 NGO도 적지 않게 후원합니다. 한 단체에 결연한 숫자만 파악해 봤더니 연간 후원액이 6억원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교회 입장에서는 아쉬운 게 후원하고 나면 사후 보고를 받는 걸로 그치거든요. 교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NGO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GO의 조직은 최소화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활동하는 NGO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됐지요. 교회도 좀 더 역동성을 갖게 되고, 세상과 만나는 폭도 넓어졌습니다.”

그는 “교회 이름으로 뭘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일단 부정적으로 본다”며 NGO활동은 이런 편견을 뛰어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휴먼브리지에는 여러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안양 감리교회(임용택 목사), 대전 산성교회(지성업)는 시작부터 함께했고, 인천 주안감리교회(한상호 목사), 제천 제일교회(안정균 목사), 군산 믿음의교회(임세훈 목사), 부산 부전교회(박성규 목사), 서산 제일교회(이구일 목사), 천안남산교회(유명권 목사), 충주 남부교회(김광일 목사)가 각각 지역에서 지부를 운영한다.

-짧은 시간에 여러 교회와 네트워크를 만든 비결은 뭡니까.

“제가 의도적으로 집회를 많이 다녔어요. 집회를 가면 그곳 목사님을 3일 동안 설득해요. 제가 부흥사 스타일이 아니어서 너무 힘들었지만 이걸 위해 열심히 뛰었지요. 돕는 교회가 생기면 그곳이 지부가 되는 거죠.”

-지부로 동참하신 분들이 대단하네요.

“사실 제가 아니라 지부를 맡아주신 목사님들이 정말 훌륭하지요. 꽤 큰 교회들인데 자기 교회 이름은 내려놓고 같이 해주시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대표이사지만, 할 분이 계시다면 저는 언제든지 내려놓을 겁니다. 지부는 본부의 하위 개념이 아니에요. 지부는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저희는 돕는 역할을 합니다. 대전에서 처음 시작한 걷기 대회가 안양 성남 인천으로 확산되고, 인천에서 청소년을 위한 두드림 행사를 하니까 다른 지부에서 배워요. 지역사회도 동참하고 도와줍니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교회가 NGO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온누리교회에 ‘더 멋진 세상’이라는 NGO가 있고, 새벽교회도 얼마 전 ‘평화연합’을 만들었다.

-NGO를 새로 만들려는 교회에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돈으로 시작할 생각하지 마시라고 해요. 그러면 사람이 너무 많이 꼬입니다. 가능하면 교회 색을 없애라는 말씀도 드리죠. 대부분 여기서 실패해요. 교회가 너무 크고 힘이 있으니까, 이걸 내려놓는 게 쉽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좋은 사람을 모셔 와야 하는데, 교회 장로들이 자리를 차지하면 그게 걸림돌이 됩니다.”

월드휴먼브리지 직원 중에는 만나교회 교인이 딱 1명이다. 살림을 총괄하는 상임이사도 다른 교회 교인이다. 운영비는 만나교회와 산성교회, 안양감리교회 등이 지원하고, 기업이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성금은 전액 사업에 쓴다.

-반대로 만나교회 입장에선 불만도 있겠습니다.

“하나님의 일과 교회의 일을 구분해야죠. 교회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 교회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교회가 교회의 일을 하면 틀이 좁아집니다. 한국교회의 위기도 사실 너무 교회 중심이 되어버린 게 한 이유입니다. 처음 복음이 들어왔을 때는 복음이 중심이었습니다. 그 정신을 회복하는 것도 NGO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월드휴먼브리지는 미혼모를 꾸준히 돕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기독NGO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교회나 교인의 반대가 없었냐고. 제가 무뎌서 그런지 겪지 않았어요. 다른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그럴 수 있는데, 저는 미혼모나 사회에 소외된 자들을, 그들의 잘못을 용납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은 보듬어줘야 한다는 거죠. 교회가 너무 이기적이고 편협하게 보여 선교의 장애를 만들어요.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그 벽을 허무는 일이에요. 믿지 않는 젊은 사람의 마음을 허무는 일 중 하나가 미혼모예요. 사실은 기업도 처음엔 이미지에 나쁘다고 협력을 안 한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사역으로 다들 인정해주십니다.”

-앞으로 운영 방향은.

“저희는 이름처럼 철저히 다리의 역할을 할겁니다. 미혼모 사역이라든지, 볼리비아의 정보통신기술학교 같은 우리 고유의 사업 외에는 다른 단체와 교회를 돕는 역할을 할겁니다. 일본 쓰나미 때에는 성금을 모아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아대책에 전달했고, 아프리카 돕기 성금도 유니세프에 맡겼습니다. NGO를 돕는 NGO, 단체와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겁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