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서른 즈음에 떠난 왕을 기억하며

입력 2013-10-20 17:18


10월 23일 ‘연희궁의 만추’ 한애영 춤판

연희궁(延禧宮). 조선시대 왕실의 액운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의 서울 무악재 근처에 지은 별궁이다. 정종이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기거했으며, 세종이 태종을 위해 1420년 중건한 후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연산군이 1505년 개축해 연회장으로 꾸며놓고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연산군 폐위와 함께 궁궐도 폐쇄되고 전각들과 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연희동은 이곳의 지명을 따서 지었다. 한국무용가 한애영(65)이 연희궁의 연회를 500년여 만에 되살린다. 지난해 ‘연희궁’ 공연에 이어 올해는 ‘연희궁의 만추’라는 타이틀로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무대를 올린다. 연희궁은 별궁이기 때문에 궁중무와 함께 민속무를 동시에 공연했다. 이번 무대에서도 이를 재현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살풀이춤) 이수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승무) 전수자인 한애영은 “이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연희궁의 연회를 연상하며 무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가 융성했던 성종 시절의 정갈하고 품격 있는 음악을 되살리고, 불과 서른 살에 생을 마감한 연산군의 회환도 춤사위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1∼3부의 공연 중간에 김광숙(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8호 예기무 보유자)의 ‘장고춤’, 이진호(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승조교)의 ‘처용무’, 최창덕(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의 ‘승천무’가 곁들여진다.

낙엽 지는 가을, 궁중무용과 민속무용이 동시에 펼쳐지는 전통춤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02-3216-355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