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 자리 양보가 성차별?

입력 2013-10-18 18:34 수정 2013-10-18 22:53

임산부에게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국 정계에서는 이것이 성차별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평등부 정무차관인 조 스윈슨(33) 자유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총리를 상대로 한 대정부질문 시간에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탓에 출입문 옆에서 30분가량 서 있어야 했다. 문제는 스윈슨 차관이 임신 7개월이라는 것. 당시 버젓이 앉아 있는 동료 의원들 옆에 스윈슨 의원이 서 있던 장면을 담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자 비난이 쇄도했다. 주간 스펙테이터의 제임스 포사이스 정치부문 에디터는 트위터에 “스윈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의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의원들에게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하지만 스윈슨 측은 뜻밖의 주장을 폈다. 스윈슨이 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성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17일 데일리메일에 “스윈슨이 앉고 싶었다면 자리를 부탁했을 것이다. 단지 임신 7개월이라는 이유로 서 있거나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성차별적이다. 스윈슨은 서 있거나 걷거나 하면서 차관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윈슨은 이번 일에 대한 비난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실은 스윈슨 의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총리실 대변인은 “대중교통을 예로 들어 자리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은 선하고 예의바른 행동”이라며 “캐머런 총리도 버스에 임산부가 서 있는 것을 봤다면 반드시 자리를 양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윈슨 의원은 25세인 2005년 최연소로 하원에 진출했다. 소속 자유민주당과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연립내각을 구성하면서 지난해 여성평등부 차관에 취임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