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후유증… “경제 위험요인은 정치인” 오명

입력 2013-10-18 18:31

연방정부 예산안과 부채한도 증액안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미국이 자국 경제뿐 아니라 국제적 위상과 신뢰에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연방정부 업무 대부분이 중단(셧다운)된 것도 모자라 국가 부도 사태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갔던 탓이다.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와 경제학자들은 미 의원들을 미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았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은 16일간의 셧다운과 디폴트 위기, 시퀘스터(연방지출 삭감) 등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 경제를 당장 후퇴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반복이다. 정치권이 최근 수년간 실정을 거듭하며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20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거리로 나앉게 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 몇 주간 정말 쓸데없이 피해를 봤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벌인 논쟁은 이적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정부·민주당과 협상을 거부하고 막장 대치를 벌인 공화당 내 급진 보수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국민이 워싱턴(정치권)에 완전히 신물이 났다는 건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경제회복을 위한 계기와 일자리가 필요할 때 위기를 자초해 경제를 후퇴시켰다”고 꼬집었다. ‘동지’(우방 국가)를 실망시켰다며 국가 신뢰도가 크게 깎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가위기 관리에 한계를 드러낸 오바마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미국 디폴트 가능성 고조로) 효과적 정부 관리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명성에 생채기가 났다”고 우려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새뮤얼 버거는 “(셧다운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권위와 영향력을 갉아먹는 효과를 내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셧다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은 기회를 잡은 듯 외교 공세를 강화했다.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한 아랍국가 외교관은 “중동에선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라는 생각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성장과 양적완화(QE)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자 논평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3월에나 출구전략을 실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전했다. 곧 재개되는 의회의 새로운 기 싸움을 지켜보면서 재닛 옐런 연준 차기 의장 지명자가 의회 인준 후 처음 주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도 출구전략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준이 예정대로 12월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셧다운이 출구전략 시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지난 4∼10일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54%로 나타났다. 지난달 69%보다 낮아진 비율이다. 성장이 평균치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은 61%에서 71%로 상승했다. 미국 재정위기가 최대 위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6%에서 24%로 급등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의 미친 짓이 소비자와 기업 신뢰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성장에 심각한 걸림돌”이라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