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채 운전석에 있었어도… “움직인 증거 없다면 무죄”

입력 2013-10-18 18:17

음주 상태로 차 안에 있었다 해도 운전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이모(51)씨는 지난해 4월 밤 12시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자신이 사는 아파트 관리실 앞에 도착했다. 술에 취해 있던 이씨는 대리기사를 보내고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이씨는 경적소리를 듣고 차에서 내렸다. 택시기사 김모씨가 차량 진입에 방해가 된다며 차를 빼라고 울린 경적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퉜고, 김씨는 이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50%로 만취상태였다.

김씨는 “경적을 울리자 이씨가 차를 앞뒤로 1∼2m가량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경적소리를 듣고 내렸을 뿐 운전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항소심은 1심을 깨고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 택시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 이씨의 차량은 미등을 켠 채 정지해 있는 장면만 있을 뿐 움직이는 장면은 없었다”며 “음주운전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