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락 사고 공군 F-5E 전투기 조종사, 민가 피해 막으려 1시간 넘게 ‘사투’

입력 2013-10-18 18:13

지난달 26일 충북 증평에서 추락한 F-5E 전투기의 조종사 이모(32) 대위는 민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1시간 넘게 처절한 사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18일 사고조사 발표를 통해 이 대위가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부터 기수가 급격히 상승하며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이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대위는 기수를 바로잡기 위해 조종간을 최대한 앞으로 당기면서 계기판을 확인했지만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투기가 이륙 직후부터 비정상으로 비행하자 청주기지 지휘관들은 관제탑으로 집결했고, 기지에서는 기수 상승으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없게 된 이 대위를 위해 근처에 있던 추적기를 접근시켰다.

추적기는 이 대위에게 비행 속도와 각도 등을 제공하며 4차례 비상 착륙을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이 대위는 추락 시 민가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른손으로 조종간을 쥔 채 공중에서 1시간10여분동안 30여 차례 선회하며 연료통의 연료를 소비했다. 이 대위는 민가를 피해 청주 기지 북동쪽의 두태산 지역까지 비행한 후 비상 탈출했다. 결국 전투기 추락 지점은 민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이어서 민가 피해는 없었다.

탈출 후 이 대위는 낙하산을 폈으나 조종간을 잡으며 사투를 벌이느라 힘을 모두 소진해 혼절했다고 한다. 병원 응급실에서 의식을 회복한 이 대위는 “민가 피해는 없었느냐”고 가장 먼저 물었다. 공군은 이 대위에게 표창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투기의 추락 원인은 정비불량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사고 전투기가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9일까지 정기검사를 받았지만 항공기를 분해한 뒤 조립하는 과정에서 정비사가 조종간에서 우측 수평꼬리날개를 제어하는 연결장치의 연결로드를 어긋나게 조립해 기체가 제어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