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또 불거진 내부갈등…국정원 수사팀 ‘하극상’ 규정
입력 2013-10-18 18:12 수정 2013-10-19 00:44
검찰의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이 ‘독단’으로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누적된 불신의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는 수사팀의 행위를 내부 규정을 위반한 ‘하극상’으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팀장 수사팀서 배제, 무슨 일 있었나=검찰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지난 16일 법원으로부터 국정원 전 심리정보국 직원 4명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영장과 3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모든 과정은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진한 2차장이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윤석열 팀장 전결로 처리됐다. 지휘부는 영장 집행 이후 뒤늦게 이를 파악했다. 수사팀은 보고가 올라가면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외부 압력 등으로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팀장은 조 지검장에게 체포영장 청구 의견을 냈지만 조 지검장은 “수사 상황을 보고 다시 판단해 보자”며 유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수사팀은 끝내 법무부 국정감사가 있던 17일 오전 7~8시부터 압수수색·체포 영장을 집행했다. 국정원에도 이를 사후 통보했다. 국정원은 검찰 측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국정원직원법 23조는 ‘수사기관이 직원을 구속하려면 미리 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구속과 체포는 다르다. 보안이 필요한 체포나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전에 알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윤 팀장은 “형사소송법상 전혀 문제가 없는 절차였다”며 “나로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재준 국정원장은 체포된 직원들에게 진술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도 수사팀에 직원들을 석방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수사팀은 필요한 조사를 한 뒤 자정 무렵 이들을 귀가시켰다.
윤 팀장은 국정원 직원 조사가 진행 중이던 오후 6시10분 서울중앙지검장 명의의 직무배제 명령서를 전달받았다. ‘지시 불이행’과 ‘보고 절차 누락’ 등 검찰청법, 검찰보고사무규칙 위반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팀장은 지난 5~6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충돌했다.
이에 이진한 차장은 “수사팀이 중요 사안에 대해 이틀 연속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움직였다”며 “이건 국정원 직원 체포 건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팀장 배제로 향후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이고 도끼만행 수준의 조치”라며 반발했다. 다만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검찰 조직 전체의 내분이나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세훈 혐의에 ‘트위터 활동’ 추가=수사팀은 지난 6월 14일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지지·비방 글 320여개를 발견했고 추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 계정 아이디와 전자메일 주소를 토대로 국정원 직원의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인터넷 ‘댓글 작업’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특정 정당 지지·반대 글을 5만5689차례 올린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에 확인된 인터넷 댓글·게시글 수가 1977건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수사팀은 이번에도 상부 보고 없이 이날 오전 8시50분쯤 원 전 원장 등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 제출을 감행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