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문화계 파워리더 봉준호-카젠버그, 혁신과 변화를 논하다
입력 2013-10-18 17:53 수정 2013-10-18 22:07
한·미 문화계 파워리더인 제프리 카젠버그(63) 드림웍스 최고경영자와 봉준호(44) 감독이 18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능동로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에 참석해 ‘창조경제 시대 사랑받는 문화콘텐츠 전략’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혁신과 변화, 창의성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힌다. 새로운 상상력을 상징하는 두 거장이 무대에 오르자 2000여석을 가득 메운 강당이 들썩였다.
드림웍스는 전 세계 흥행 극장용 애니메이션 ‘톱 30’ 중 12편을 제작한 회사다. 카젠버그는 ‘쿵푸팬더’ 시리즈를 통해 동양적 캐릭터와 서양적 인생관을 결합했고 ‘인어공주’ ‘슈렉’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어른을 위한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내놓는 작품마다 늘 새로운 실험으로 한국영화의 새 이정표를 쓴 인물이다.
카젠버그는 “봉 감독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정말 팬으로, 동료로 만나 무척 기쁘다”고 운을 뗐다. 봉 감독은 “조금 전 대기실에서 얘기하다 보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 시나리오를 발탁해 지원한 게 바로 이분이더라. 대형 영화사의 간부가 혁신적이고 충격적일 만큼 새로운 영화를 지원했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전형적인 길을 걷지 않았다. 카젠버그는 1994년 월트 디즈니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과 함께 드림웍스를 창립했다. 그는 “100%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가자, 독특한 것,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나온 초기작이 애니메이션 ‘치킨런’이고 2001년 ‘슈렉’으로 드림웍스만의 길이 열렸다.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저처럼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면접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자신이 없었다. 대학 시절 내내 영화 동아리에서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성공의 공식을 따라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카젠버그는 “위험은 때론 실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를 감수해야만 대작을 만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봉 감독 역시 “‘괴물’은 초기 단계에 어려움이 많았다. 대낮에 한강에 괴물이 나와서 뛰어다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니 다들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만들어서 보여주마. 그런 ‘앙심’을 원동력 삼아 만들었다”며 웃었다.
빈자리 없이 꽉 찬 행사장은 두 장인의 솔직한 대화와 방청석의 젊은 열기가 어우러져 시종일관 유쾌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네이버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카젠버그는 앞서 서울 신문로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적인 소재로 기획·개발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이나 캐릭터를 가지고 영화를 발전시키려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카젠버그를 접견하고 창조경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적 소재의 애니메이션 활용 및 드림웍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산업의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