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광풍] 꿈 속에서도 “한판 붙자”… ‘롤 폐인’ 주의보
입력 2013-10-19 04:02
고등학생 김모(17)군은 지난주에 치른 2학기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쳤다. 리그오브레전드(롤·League of Legends)를 보느라 공부를 전혀 못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어머니의 눈을 피해 독서실에서 휴대전화로 지난 한 달 동안 내내 ‘롤드컵’(롤 시즌3 월드챔피언십)을 시청했다. 명승부로 불린 한국팀 간 4강전은 몇 번이고 돌려봤다. 김군은 결국 제대로 책도 펴보지 못한 채 시험을 치렀다.
롤이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흔들고 있다. 학생들뿐 아니라 게임에서 손을 뗀 직장인들까지 컴퓨터 앞으로 돌아오게 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빠져들고 있는 롤은 2013년 현재 ‘국민게임’이란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롤은 3∼5명 영웅이 한 팀을 이뤄 상대방의 건물을 부수는 실시간 전략 대전 게임이다.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룰은 5대 5 방식이다. 사용자는 100명이 넘는 수많은 영웅 중 한 명을 선택해 게임에 참여한다. 자신과 한 팀을 이룬 4명과 함께 상대방이 택한 5명의 영웅과 겨뤄 적 팀의 ‘넥서스(본부)’를 먼저 파괴하면 승리한다. 건물을 짓고 병력을 만들어 상대방과 싸우는 스타크래프트 등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장시간을 투자해 성장을 시켜가며 미션을 수행하는 리니지 등의 롤플레잉게임(RPG)과 달리 자신이 고른 영웅 한 명의 조작에 집중하면 돼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사가 만든 게임인 롤은 2011년 12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게임 전문 리서치 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의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은 40%를 훌쩍 넘으며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롤은 국내 서비스 시작 이후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3가 출시됐던 지난해 초를 제외하면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롤의 인기는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게임을 만든 미국은 물론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유럽과 남미 시장까지 모든 진출 지역의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오히려 다른 게임업체들이 롤 때문에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롤이 국민게임이 된 건 게임을 하는 맛만 좋아서가 아니다. 야구 축구 등 일반 스포츠를 보는 것 이상으로 ‘보는’ 재미도 있다. 이 덕에 스타크래프트 이후 침체기를 겪던 이스포츠(E-Sports) 업계는 부활의 신호탄이 터졌다며 반기고 있다.
게임을 넘어 스포츠로 가능성이 열리자 스타크래프트 이후 게임업계를 등졌던 대기업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롤드컵이 열리기 직전 롤 프로팀인 ‘삼성 오존’과 ‘삼성 블루’를 창단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