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아이스하키팀 스위프트 “전성기 열어준 한국에 태극마크로 보답”
입력 2013-10-18 17:35
빠르면서도 강했다. 빙판 위의 야수 같았다. 강력한 슬랩 샷에 무게 170g, 지름 7.62㎝의 퍽이 총알처럼 날아갔다.
1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실업팀 하이원의 외국인선수 마이클 스위프트(26)가 빙판을 누비며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실전 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지만 그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스위프트는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한·중·일)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득점왕을 노리는 실력파다. 캐나다 출신으로 2011년 하이원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리그에 데뷔한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리그 최고 공격수로 군림했다. 2011∼2012 시즌 36경기에서 90포인트(44골·46어시스트)를 올려 포인트왕, 득점왕, 어시스트왕을 싹쓸이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그를 넘어서는 선수는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9경기에서 14골과 5어시트를 기록, 득점 1위와 포인트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복수 국적자 국제대회 출전 기준(해당 리그에서 2년 이상 활약)을 충족한 스위프트는 우수 인재 특별 귀화에 따른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팀 동료이자 이종사촌 형인 브라이언 영(27·캐나다)과 함께 다음달 복수 국적 대상자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둘 다 심사에서 통과해 브락 라던스키(30·캐나다) 처럼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좋겠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라던스키는 지난 3월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파란 눈’의 대표선수가 됐다. 라던스키에 이어 스위프트와 영까지 가세한다면 한국 대표팀 전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내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2014 IIH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 출전권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스위프트에게 왜 한국으로 귀화하려고 하는지 물어 봤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돕고 싶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한국에 정이 들어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엔 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 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스위프트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주말에 목동에서 아이스하키 교실을 열어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스위프트는 인천 송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강연하러 가야한다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는 “학생들에게 아이스하키 기술을 보여 주고, 또 제가 살아 온 이야기도 해 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활짝 웃은 그 입. 윗니가 하나 없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월 6, 7일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강호 카자흐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협회는 스위프트와 영을 초청 선수 자격으로 대표팀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고양=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