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관광경찰

입력 2013-10-18 19:16

1997년 11월 17일 이집트에서는 최악의 외국인관광객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왕들의 계곡’을 보러 온 200여명을 향해 이슬람 근본주의 과격파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그중 관광객 61명과 관광경찰 2명 등 63명이 죽고 8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른바 룩소르사건이다.

이들 과격파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에게 반역죄를 물어 81년 암살한 후 여세를 몰아 끊임없이 정부 요인과 외국인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해왔다. 그중에서도 룩소르사건은 최대 규모의 참극으로 기록됐다. 관광경찰이 상시 경호를 맡았지만 속수무책이었고.

나일강문명의 고대유적이 즐비한 이집트가 외국인관광객 유치에서는 늘 세계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집트 관광경찰이 탄생한 배경도 테러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마치 관광경찰의 존재는 그 나라 관광현장의 문제점을 역설하는 것 같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관광대국 프랑스를 비롯해 20위까지의 나라 중 관광경찰대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 터키 러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그리스 등 6개국이다. 서유럽국가 중에는 세계 4위의 스페인이 유일하다.

유럽 4대 관광명소로 꼽히는 스페인 마드리드는 외국인들에게 소매치기 경계령이 내려진 지 오래고 심지어 경찰행세를 하는 범죄단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외 관광경찰제를 운영하는 나라들에서도 가짜 토산품 사기, 바가지요금, 여행가방을 비롯한 각종 도난사고 등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관광경찰의 존재가 그곳의 관광안전이 보장된다기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겐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신호처럼 들린다. 그런데 지난 16일 우리나라에도 101명으로 구성된 관광경찰대가 출범했다. 지난해 2월부터 제주자치경찰기마대가 관광경찰 활동을 겸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정색 베레모에 가수 싸이의 미국공연 당시 의상을 제공했던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감청색의 제복은 산뜻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관광경찰의 출범이 어쩐지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외국인관광객 1100만명 시대를 열었지만 해마다 외국인 관광불편 신고건수가 늘어가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 같아서일까. 우리 모두의 각성이 요청된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