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로펌 먹잇감으로 전락한 방위사업청

입력 2013-10-18 19:14

우리 군의 전력증강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방위사업청이 전관예우 변호사를 앞세운 대형 로펌(법무법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비리로 얼룩졌던 무기획득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방사청이 제 역할은 못하고 한낱 변호사들의 돈주머니 역할에 머물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문제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충격적이다. 2006년 대형 로펌이 참여한 방사청 관련 소송건수는 고작 4건에 불과했지만 6년 뒤인 2012년에는 무려 10배 이상이나 증가한 52건에 이르렀다. 방사청과 방위산업체 간 부당이득 반환 등의 민사소송과 부당한 제재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등이 급속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국가기관인 방사청을 상대로 기업이 소송을 낼 경우 그 방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애초부터 행정행위를 제대로 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는커녕 민간기업체에 소송이나 당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 처음부터 상대가 승복할 수 있는 적절한 행정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소송을 초래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변호사들의 급증으로 일거리가 궁해진 대형 로펌이 과거에는 소송액이 적다고 외면했던 방사청 관련 사건을 본격적으로 떠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부 대형 로펌은 방산업계 관련 전문 소송팀을 확충하고 있는가 하면 방사청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를 영입하고 있다. 로펌들의 집중 공격으로 방사청의 개청 이후 소송 관련 승소율은 43.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방사청이나 군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인사들의 부도덕성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소송에 대처하는 방사청의 안이한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혈세가 변호사들의 주머니를 더욱 부풀려 주는 악순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방사청의 확실한 변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