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용서와 화해
입력 2013-10-18 17:14
마태복음 6장 12∼15절
가해자의 회복(회개와 고백을 통한 용서의 시작)과 피해자와의 화해(용서의 완성)는 분명 중요한 용서의 목적이지만, 용서의 완성이 화해를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조건 없는 용서와 달리 화해는 쌍방의 조건이 충당되어야 합니다.
대인관계에서 용서는 화해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상대가 아직도 다가가기에 위험하거나 용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 혹은 복역하고 있을 경우 하나님의 용서라는 덕목을 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화해와 용서를 구분해야 합니다.
즉 조건 없는 사랑을 기초로 한 하나님의 용서는 상대방의 불친절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고, 상대방의 반응과 무관하게 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용서와 인간의 용서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시고 자신의 조건 없는 사랑을 증명하셨습니다(요 3:16, 롬 5:8). 십자가 사건을 통해 거룩한 하나님께서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인류를 용서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서의 용서는 이미 용서로서 완벽하지만, 인간의 믿음과 회개라는 반응을 통한 죄 사함이라는 용서가 없이는 화해가 없습니다.
즉 하나님만이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죄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 속의 용서는 죄 사함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인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시기 위해 지셨던 십자가의 은혜에 성도가 반응할 때 죄 사함을 받고 이는 하나님과의 화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조건 없는 사랑으로서의 용서가 화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끝까지 참고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성도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죄인의 반응 없이는 하나님과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성도들은 잃어버린 영혼들이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서의 용서에 믿음과 회개로 반응할 수 있도록 복음의 좋은 소식을 선포해야 합니다.
성경은 용서의 교훈을 가르칠 때 거의 예외 없이 기도를 함께 가르칩니다. 본문 말씀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기도하라”고 시작되는 주기도의 내용에서 12절에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가 포함돼 있습니다.
용서는 인간의 의지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성경은 용서의 실천으로 기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용서는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도는 인간을 하나님께 연결시키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기도하는 순간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이 통로를 통해 흘러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한 조각의 빛을 가지고 찾아야 할 상처 받은 영혼들이 있습니다. 그 누군가를 용서해야 할 줄 알면서도 용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이웃들 곁에 머물며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그에게 함께하도록 중보 기도해야 할 영혼들이 너무 많습니다. 본의 아니게 내가 상처를 준 이웃들이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부담으로 머물고 있는 영혼들이 있다면 참으로 미안했다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호소해야 합니다.
우리의 용서의 결단을 주께서 기뻐하신다면 교회 공동체의 중보와 성령의 역사를 통해 비로소 우리의 용서의 실천은 완성될 것입니다. 열매 맺는 계절 가을이 우리의 용서로 아름다운 화해의 열매를 맺는 가장 따뜻한 만남의 기회, 그리고 서로를 진심어린 사랑으로 축복하는 풍성한 계절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승경 목사 (안산 반월전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