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전도 어떠세요?] 양호민 대표, “스트레스받아 전도퇴치카드”

입력 2013-10-18 18:10 수정 2013-10-18 21:48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기독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들이 만일 교리의 문제점이나 성직자의 부패 등을 지적하는 ‘불편한 질문’을 하며 전도를 거부한다면 기독교인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비종교인의 종교적 자유를 외치며 전도퇴치카드를 제작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대표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캠퍼스 팀장이자 서울CCC 대표간사로부터 대학 캠퍼스 내 전도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얼마 전 학내에서 몇몇 사람들이 무료 공연을 한다고 홍보하기에 가봤더니 온통 찬송가만 불러요. 제게 설명할 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거든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습니다.”

캠퍼스 내 종교 전도 거부를 위한 ‘전도퇴치카드’를 만들어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 thinkers) 대표 양호민(23·원자핵공학과·사진)씨는 카드 제작 동기를 “학내 전도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 커뮤니티에 전도에 관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싫다는 의사를 밝혀도 계속 권하는 이들이 적잖다”면서 “과도한 전도활동을 하는 ‘길거리 전도자’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하고 예의 있게 전도를 거절키 위해 일종의 의사소통 도구로 (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카드에 대한 학교 안팎의 반응은 예상 외로 컸다. 언론에 보도된 뒤 프리싱커스 가입자가 배로 늘었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활성화됐다. 1000장쯤 제작한 카드는 현재 70∼80% 소진됐다. 자신의 학교에도 무신론 동아리를 세우고 싶다는 타대생의 연락도 꽤 받았다. 양씨는 “전도하는 분께 ‘제 생각은 이러니 한번 읽어봐 달라’며 카드를 전하니 고맙다며 잘 읽어보겠다는 인사가 돌아왔다”며 길거리 전도자에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싱커스가 반(反)종교단체는 아니라고 했다. 대신 종교 밖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양씨는 “우리가 종교 일반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속이고 종교행사에 데려가거나 무리하게 전도하는 이들을 경계하려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전도 자체를 문제삼기보다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종교인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뿐”이라며 “학생들이 전도를 왜 거부하고 개신교라면 신실한 신자 대신 불쾌한 전도 방식을 떠올리는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종교인이라면) ‘복음이 무조건 좋으니 받아들이라’는 태도 대신 다양한 생각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양민경 기자, 사진= 신웅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