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안티] 등 돌리는 이유… 누가 기독교에 돌을 던지나
입력 2013-10-18 17:33 수정 2013-10-18 21:38
“교회가 없으면 사회복지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정부 복지 정책을 대신하고 있더라고요.”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맡았던 한 인사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기독교의 사회 공헌도가 다른 종교에 비해 현저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최근 들어 교회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인이 반감을 갖는 것은 사랑과 구원이라는 기독교 진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세상법과 교회법을 무시하는 목회자들, 사욕을 하나님 뜻으로 호도하는 이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들 때문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승리를 선포한다.” 서울의 한 교회 A목사가 교회 재정을 빼돌린 죄로 형을 살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날 한 말이다.
일부 네티즌이 이에 반감을 드러내며 ‘개독교’라고 표현했다. 개독은 욕설에 쓰이는 접두어 ‘개’와 기독교의 ‘독’자를 합한 말이다. 쓰라린 별칭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교회 저변에는 성장만을 추구하는 우민 목회, 기복을 신앙으로 위장하는 영적 문맹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중성에 절망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배타적인 교회에 세상이 거세게 등을 돌리고 있다. 반성과 회개가 필요한 시기다.
저들은 어떤 점을 욕하나
이중성과 배타성
변증전도연구소는 18일 기독교 관련 기사의 인터넷 댓글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극단적인 기독교 혐오형이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예수를 팔아먹는 무리가 교회에 모여 있다.” 최근 대형 교회 B권사가 체납 세금 압류 과정에서 “헌금 낼 돈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한 사건에 대해 이런 댓글이 집중됐다.
주로 이런 댓글을 다는 이들은 대형교회 목회자의 세습, 불투명한 재정 운영, 목사의 성범죄, 호화로운 예배당 건축 등 교회 부조리를 집중 비판한다. 잘못된 지도자를 따르는 교인 역시 맹신도라고 비난한다. 이기적 성향을 보이는 교인들, 전도할 때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태도 등을 문제 삼는다.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과 교리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있다.
둘째 유형은 중도적 합리주의형이다. 각종 교회 안 문제에 대해 “예수님이라면 정말 그렇게 하겠느냐”고 한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완곡하게 지적하는 유형이다.
기독교인이 종교적 도그마에 갇혀 기본적 시민 의식을 잃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기독교 교리를 존중하지만 크리스천들이 올바로 살고 있지 못한다고 본다.
셋째 ‘중재형’은 “기독교인이 모두 그러는 건 아니다. 일부 잘못된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취지에서 대형교회 목회자에 대해 더 강도 높게 비판한다.
우리 잘못은 무엇인가
우민 목회와 영적 문맹
한국 사회에서 반기독교적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2000년대부터다. 2003년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집회가 열렸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운동에 주요 교단과 교회가 대거 나섰다. 일부 목사는 삭발까지 했다. 교인들이 좌우 이념 대결에 동원되고, 목회자들이 신앙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한다는 시선이 교회 밖에 있었다.
대형 교회의 세습과 각종 비리도 자주 도마에 올랐다. 교회를 ‘사유 재산’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고·소·영’ 내각 논란이 빚어졌다. 2010년 10월 서울 삼성동 D사찰에서 일부 기독교인이 ‘땅 밟기’를 해 논란이 됐다. 교회는 극소수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봤지만 일반인들은 타인을 전도 대상으로만 보는 기독교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독교에 대한 일부 비판은 감정적이지만 다수 내용은 한국 교회의 치부를 지적한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하나님은 구약 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이방 민족을 들어 이스라엘을 치셨다”며 “우리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에 치우친 신학 교육과 목회자의 성공 추구가 교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교회 성장기 우후죽순 생겨난 무인가 신학교들이 소양이 부족한 목회자를 양산한 것도 ‘우민 목회’의 한 원인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복음보다 교회 성장과 축복을 강조하는 설교를 들은 교인들은 자연히 재물, 건강, 평안 등 개인의 안락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석학 은준관 박사는 “목사들이 그릇된 목회로 평신도를 ‘영적 문맹’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회개 해야하나
회개는 ‘너’ 아닌 ‘나’로부터
성경은 AD 60년 무렵 핍박받던 소아시아 지방 교회 사례(요한계시록 2∼3장)에서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에베소교회는 거짓 사도를 추방했지만 ‘처음 사랑’을 잃어 교만해졌다고 질책 받았다. 버가모와 두아디라교회는 거짓 선지자를 따르는 이중성에 대해 책망 받았다. 사데교회는 영적 생활이 없었다. 라오디게아교회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신앙으로 자기도취에 빠졌다.
은 박사는 “한국 교회도 로마 시대 소아시아 교회처럼 열심을 갖고 뜨거운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그 신앙 안에 물질이나 권력 추구와 같은 극히 세속적인 것이 섞여 있다”며 “그러한 것들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성경적 교회론을 회복해야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복 신앙’ ‘축복과 번영신학’ ‘교회 정치’ ‘신학 없는 평신도 운동’을 버려야할 것으로 꼽았다.
그러기 위해 나로부터 출발하는 회개를 해야 한다. 한국예수전도단 설립자 오대원 목사는 “회개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다. 남에게 회개하라는 것은 공격에 불과하다”며 “교회는 개인 회개로부터 출발해 공동 회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0년째 문화사역에 종사하는 강훈 목사는 “교회가 비판 받는 이유는 진짜 복음을 나누지 않아서다. 회개하고 말씀과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변증전도연구소는 이런 맥락에서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삶에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의 교회 성장주의가 교인들의 사회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다는 입장에서다. 또 크리스천이 일상에서 이웃을 배려하고 신앙을 실천해야 한다. 전도에 앞서 따뜻한 이웃으로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뢰 관계 속에서 대화가 이뤄질 때 기독교 진리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