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천국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슬로시티 관광명소 1호 근대문화유산 전통 이어갈것

입력 2013-10-19 04:08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승객이 사라졌습니다. 대다수 승객이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바꿔 놓았어요.”

제10회 보수동책방골목축제를 이끌고 있는 권영규(56·동화나라 대표) 번영회장은 18일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최근 많은 사람들이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어릴 적 살던 골목길, 연필과 공책을 샀던 문방구, 삼국지와 위인전·명작소설 등을 빌려주던 동네 헌책방을 그리워하며 축제 현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60여년 전 부친이 운영하던 아동도서 전문서점을 이어받은 권 회장은 “최근 10여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그러나 책방골목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문화 지킴이를 자처하며 끝까지 책방을 지켜온 우리 상인들의 노력으로 골목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책방골목은 서울 청계천과 대구 대명동, 인천 배다리 등이 부산과 함께 명맥을 이어왔으나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10여년 전 사실상 문을 닫았다.

부산은 2004년부터 상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해마다 축제를 열고 연중 인문학강좌, 다양한 예술전시회, 연주회, 공연, 세미나, 각종 도서 이벤트 등을 꾸준히 진행한 덕에 3∼4년 전부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변했고, 전국 초·중·고교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명소가 됐다.

권 회장은 “부산시가 지난해 보수동 책방골목을 슬로시티 관광명소 1호로 지정했다”며 “근대문화유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골목 활성화에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책 한권 읽고 나면 왠지 행복감과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푸근하다”며 “축제 현장을 찾아 모두 책부자 마음부자 행복부자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