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시선(視線) 권력

입력 2013-10-18 17:11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무서운 변수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남의 눈’이라고 말하는 학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권력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는 힘’이라고 한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는 가장 강렬한 힘은 ‘남의 시선’이라는 것이다. 시선 권력의 기세가 등등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성형을 해야 하기도 하고 패션을 위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청소년도 있고 명품 하나쯤 갖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개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내는 장치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고 남의 눈 때문에 괴로워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 목회를 하는 남편의 아내로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무척 초췌해 있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한데 계속 변죽만 올리다가 차가 식을 때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나는 나로 살 수가 없어. 남편은 내 말이나 행동에 대해 늘 타박해. 성도들의 눈을 늘 의식하고 살라는 거야. 감정 표현이나 옷을 입는 것까지도.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야. 우리 아이들은 애어른으로 살아야 해. 도대체 나나 애들은 뭐야….” 그녀와 아이들은 시선 권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남편 역시 시선 권력에 포로가 된 사람이었다. 사모로 사느라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 있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남에게만 맞추어져 있는 남편의 시선이 그녀에게 맞추어져야 할 것 같았다. 가족이 무너진다면 목회도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사람은 관계 속에 살기에 남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선 권력에 휘둘려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성경 인물 중 시선 권력을 극복한 사람은 삭개오다. 그는 무수히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예수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시선 앞에 자유함을 누리게 되었다. 반면 사울은 끝까지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백성들의 시선 권력에 포로가 되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