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칼럼] 시리아의 아픔을 품고

입력 2013-10-18 17:11


시리아는 근래 보기 드문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사태로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최소 9만2900여명이 사망하고, 난민도 18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시리아와 한국은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다. 시리아는 중동국가 중에서 북한과만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오늘의 다변화된 세계에서 미수교국 간에도 스포츠나 경제, 문화 교류는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장소 유치를 놓고 한국교회는 시리아교회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었다. 2009년 8월 31일 WCC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투표로 한국이 70대 59로 시리아를 누르고 개최권을 획득했다. 막판 일주일 동안의 득표운동은 일종의 숨막히는 열전이었다. 필자는 그 한가운데서 유치단장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리아 대표는 아사드 대통령의 확약이라면서 개최가 이뤄지면 모든 총대에게 숙소와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부친의 뒤를 이어 2000년부터 재임하고 있는 세습 아들의 철권 독재 권력만이 행할 수 있는 일종의 회유책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불편한 호의였다. 그리고 수도원과 그에 속한 숙소에서 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필자도 약속을 해야 했다. 사전에 내부에서 준비하고 합의된 범위를 넘을 수는 없었다. “우리 한국은 철저히 ‘민주국가’라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그런 약속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상당한 국고 협조는 요청하겠다. 가능할 것으로 본다. 크게는 교인들이 자발적인 헌금으로 손님을 접대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총회 공간은 무슨 말이나 생각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움직이는 동선도 ‘자유로운’ 아주 ‘안전한’ 곳으로 하겠다. 그곳이 부산의 벡스코이다.” 대충 이랬고 마침내 이겼다.

만약 시리아가 총회 개최지로 결정됐더라면 아마도 WCC 총회 개최 건은 최대 난국에 처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에 와서 시리아 내전의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이미 한국의 부산으로 정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WCC 부산 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기약하라는 시대적 경륜을 읽고, 이제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선교명령”에 모두 헌신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시리아 백성의 아픔과 대량살상, 참혹한 기아현상을 우리가 함께 위로하고 협력해야 한다. 시리아 다메섹으로 대변되는 ‘기독교 신앙의 초심’까지 함께 끌어안고 기독교 신앙의 ‘밝고 풍성한 미래’를 펼칠 책임을 부산 총회가 걸머지고 있음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시리아는 본래 북방 이스라엘을 최초로 지배한 아시리아 제국의 후손이다. 후에는 현재의 이라크인 당대의 바빌론 제국에 굴복당하면서 북방 이스라엘은 물론 남방 유다도 바빌론 제국의 휘하에 떨어졌다. 그 후에는 현재의 이란인 바사왕국이 등장하여 지배권을 획득했고, 바사 왕국은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제국 휘하를 거쳐 다시 로마제국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칭기즈칸 몽골제국의 지배로 넘어갔다. 로마제국에서 공인된 기독교는 시리아에서 융성했었다. 중세교회 5대 교구 중 하나인 안디옥교구가 당시 시리아의 수도에 있었고, 지금의 정교회 중심지로 살아 왔었다. 하지만 15세기 오스만 투르크의 이슬람 지배 이후로는 시리아도 이슬람 국가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기독교는 소수 종파로 밀려나 있는 상태이다. 전 인구의 74%가 이슬람 수니파이고, 16%가 시아파의 한 분파인 알라위파와 트루즈파로 아사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다. 시리아 내전은 결국 수니파와 시아파의 양자대결로 치닫고 있고 또 아랍 이슬람 세계가 양파세력으로 혼재되어 있어서 국가단위의 개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인구는 10% 안팎이다.

어쨌거나 기독교는 소수로 지금 이슬람 양대세력의 아귀다툼에서 힘없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 대주교 한 분이 납치당하고 성당이 파괴되는 등 핍박을 받고 있다. 함께 중보기도의 제목으로 삼기를 촉구한다. “생명의 하나님, 시리아를 평화와 정의로 이끄소서”라는 WCC의 주제기도를 드리자.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기독교 세계의 출발지로 ‘부산’을 설정하고 이곳을 ‘제2의 다메섹’으로 삼을 결단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경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