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감기의 계절
입력 2013-10-18 17:11 수정 2013-10-18 21:40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대관령에는 벌써 아침에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다. 극단적 더위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추운 계절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한낮이 되면 얼음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덥다. 정말 요즘은 아침, 저녁과 낮의 일교차가 거의 10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시 감기의 계절이 오고 있다.
큰 일교차 감기 환자 급증
감기의 영어 단어가 ‘cold’라는 사실만 봐도 감기의 발생은 추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추위’란 것이 ‘상대적 추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항상 추운 양극 지역이나 한겨울에 꼭 감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뉴월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했다. 추위를 느끼지 않는 계절에는 감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철에도 여기저기에서 감기 환자들이 흔히 발견된다. 바로 전 국가적으로 잘 보급된 냉방장치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밖은 30도를 넘는 엄청난 더위이지만 근무 장소인 내부는 추워서 덧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냉방이 잘 유지되면 상대적 추위의 상태에 들어가며 감기가 쉽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춥다는 느낌은 시상하부의 체온조절 중추에 설정된 체온보다 실제 체온이 낮을 때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중심체온이 37도 근처라고 생각할 때 실제 그보다 낮은 대기의 온도가 우리를 춥게 만들고 그 추운 대기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곧 코이기 때문에 감기는 대략 코에서 시작된다. 미생물학적으로 알려지기로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들은 30도 근처의, 체온보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증식의 호조건을 이룬다. 불과 수시간 내에 엄청난 숫자로 증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불가항력적으로 2∼3시간 추위에 머물 수밖에 없을 때 콧물이 심하게 흐르는 등 코감기를 체험한 예만 보아도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를 이해할 수 있다.
감기는 독감과 달리 늘 우리 몸에 상주하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와의 세력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 추위로 감기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되어 그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리 몸의 첫 대응은 물 같은 콧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물 같은 콧물을 통해서 증식된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일차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낮아진 기온으로 떨어진 상대습도가 점막을 건조하게 해서 상처를 내고 그 틈새로 바이러스가 쉽게 침범하므로 흔히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철 감기가 빈발하는 것이다.
바타민C 복용, 바이러스 증식 억제를
21세기 들어 감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코 죽을 수 없는 질환으로 의학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 변종감기 혹은 독감에 의해 그 치명률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기예방 수칙은 갈수록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감기예방 수칙은 잘 지키기만 하면 꽤 효력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상대적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덧옷을 준비하는 것이다. 아울러 건조한 대기에 의해 콧속 점막이 손상되지 않도록 콧속에 적절한 연고를 사용해 습기를 유지시켜주는 일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평상시 적정 면역기능 유지를 위해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거기다가 매끼 적정한 양의 비타민C까지 복용할 수 있다면 감기예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타민C를 성실하게 오랜 기간 복용해온 분들이 제일 많이 고마워하는 사실이 감기에 이전보다 덜 걸리거나 가볍게 넘어가곤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