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 “한은에 감독기능 주면 망할 것”

입력 2013-10-17 22:45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미국 출장 중에 “한은에 금융감독 기능을 주면 망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한은 노조가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은 노조는 17일 ‘김중수 총재는 한은 총재 자격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김 총재가 중앙은행 총재 신분을 망각한 비상식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 총재가 지난 15일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은 직원의 역량을 폄하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은 측은 일부 언론이 김 총재 발언의 앞뒤를 잘라 보도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하면서 당시 녹취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녹취록을 보면 김 총재가 오해를 부를 만한 발언이 일부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총재는 ‘한은이 금융감독 기능을 가져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실력이 없는 사람한테 뭘 하라고 하는 것만큼 황당한 것이 없다”며 “한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만큼 많이 아는가를 생각했을 때 많이 알면 주고 모르면 주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수준이 돼야 기능을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도 했다. 한은이 미 연준처럼 감독기능을 수행할 만큼의 수준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만한 부분이다. 이에 한은 노조는 “조직과 직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폄하”라고 반발했다.

또 김 총재는 “중앙은행이 감독 기능을 갖게 되면 기준금리 결정과 같은 골치 아픈 중앙은행 업무를 안 하려고 들 것”이라며 “중앙은행에 감독 기능을 주면 그 순간에 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연구하고 정책을 하라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앉아서 감독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중앙은행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은 노조는 “이는 김 총재가 한은법 개정 때 ‘금융안정’ 권한을 부여한 것과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한 점을 자신의 치적으로 말하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 총재에게 “더 이상 조직을 흔들고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는 망발을 중단하고 국민과 직원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