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답변]靑 수석, 진영 전 장관 빼고 복지부 간부와 기초연금 논의

입력 2013-10-17 22:25 수정 2013-10-18 11:28

보건복지부의 청와대 보고 직후인 지난 9월 2일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복지부 간부를 만나 5시간 동안 기초연금안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17일 공개된 복지부 관용차량 운행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당초 이 간부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8월 30일 보고 이후)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로써 복지부가 소득연계안을 제출한 최초 보고일(8월 30일)부터 국민연금 연계안을 이메일로 전달한 날(9월 13일)까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과 복지부 사이에 오간 일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지게 됐다. 청와대 입김에 따라 정반대로 뒤집힌 기초연금 결정 과정도 대략 윤곽이 드러났다.

◇8월 31일부터 나흘간 무슨 일이=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복지부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에게 “지난번(14일) 국감에서 청와대와 접촉이 없었다고 했는데 차량기록이 있다”며 “9월 2일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한참 답변을 머뭇대던 이 실장은 “최원영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 등과 만나 업무협의를 했다”며 “(협의내용 중에는) 기초연금에 대한 것도 있었다”고 시인했다. 수석실에서 복지부 장관, 차관, 실장, 국장, 실무자로 청와대 의중이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수석은 복지부 보고 이튿날인 31일 오후 2시 서울 한 호텔에서 진영 장관을 만나 “2안(국민연금 연계안)을 중심으로 최종안을 결정하되 국민연금 가입자들 형평성 문제가 걸리므로 충분히 조정해 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수석실 행정관은 복지부를 방문해 실무자들에게 별도의 수정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장관을 설득하는 사이 청와대가 실무진을 진두지휘한 셈이다. 이후 일요일인 9월 1일부터 복지부 직원들이 밤샘작업을 하며 수정안을 만든 것으로 민주당 측은 파악하고 있다. 앞서 “8월 30일 저녁에는 회식도 하고 만세를 부르다시피 했다”(김용익 의원)던 복지부 분위기가 31일 이후 반전된 것이다. 이어 2일 이 실장의 청와대 방문, 3일 이영찬 차관과 최 수석의 전화통화(14일 국감 증언)로 이어지는 협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진 장관의 역할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건 논란=이날 국감은 복지부 명의로 작성된 10월 10일자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대응(안)’ 문건으로 정회 소동을 빚기도 했다. 야당 의원 발언을 적시한 뒤 대응논리를 요약한 11쪽짜리 문건이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해당 문건은 피감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감사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지침을 준 국감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정부와 여당이 서로 ‘우리 식구’라고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 차관은 “반성하고 시정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 사무관이 작성한 자료다. 내가 결재한 게 아니고 사전에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답해 책임 회피라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영미 유동근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