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양 5개사 모두 회생절차 개시
입력 2013-10-17 19:07
법원이 17일 동양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시킨데다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인 상당수를 공동관리인 명단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경영진 공동관리인 선임=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판사 이종석)는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같은 법원 파산3부와 파산4부도 각각 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에 대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는 각각 외부 관리인을 선임했다. 이와 동시에 “내부 사정에 밝은 기존 경영자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면서 공동 관리인 체제를 꾸리도록 했다. 현 경영진이 구조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양시멘트에는 외부 관리인을 별도 선임하지 않고 김종오 현 대표이사에게 관리인 역할을 맡겼다. 동양네트웍스도 내부인사인 김형겸 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다만 김철·현승담 공동대표는 배제됐다. 김 대표는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현 대표는 현재현 동양 회장과 이 부회장의 아들이다. 재판부는 공동관리인이 기존 오너에게서 독립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담당임원(CRO)을 별도로 위촉할 계획이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논란=투자자들은 법원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됐다는 대목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데다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은 투자자에게는 손실을 의미한다.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이 모든 채권자와 주주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므로 투자금 회수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동양이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동양증권 노조는 성명을 내고 “법원 결정은 선량한 투자자 4만6000여명의 목소리를 무시한 재벌 편들기”라고 비판했다.
상태가 불량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진 점도 그간 업계의 관측과 엇갈린다.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이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없어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고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 가능성이 큰 기업어음(CP) 판매 과정에서 회사를 경영했던 경영자들이 상당수 관리인으로 선임됐다는 데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이들을 통해 법정관리 기간 유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검찰조사 결과 대주주가 위법 등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현 경영진이 관리인에 선임된 것은 문제”라며 “대주주와 그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