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는 남의 일?’ 기업들 CP 발행 되레 늘었다

입력 2013-10-17 19:07 수정 2013-10-17 22:45


“LIG건설은 기업어음(CP)을 대규모로 발행한 지 10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금융당국은 이 CP 발행이 사기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검찰 고발을 안 했습니다. 동양도 결국 CP 때문입니다. 지난달까지 15조8000억원의 CP를 발행했습니다.”(민주당 이상직 의원)

17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질타한 점은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이었다. 문제는 기업들의 CP 발행이 동양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도 오히려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자금조달 통로로 CP가 가장 수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17일 하이투자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CP 발행액은 29.0% 증가했다. 동양 법정관리 직전 7영업일간인 지난달 16일부터 27일까지는 총 11조5360억원이, 직후 7영업일간인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는 총 14조8820억원어치의 물량이 발행됐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CP에 치우친 관행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크레딧 연구원은 “CP 특유의 자금조달 편의성 때문에 일반 CP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올해 초 도입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 결재만으로 발행할 수 있는 CP를 선호하고 있다. 만기 1년 이내 CP는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고 등록·공시 의무가 없다. 그는 “CP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생기고 CP 발행을 규제하는 정책이 도입됐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P는 흔치 않은 고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지만, 문제는 불완전판매 잡음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이 상품내용과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0년 말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1874억원어치의 CP를 발행함에 따라 8000여 개인 투자자가 3457억원의 손실을 봤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CP를 샀다가 돈을 날리게 된 개인 투자자는 5만명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24일부터 증권사들이 투기등급 회사채와 CP 등 계열 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월 의결된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이 드디어 시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양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은 투자부적격 신용등급을 받은 계열사가 있어 이 계열사의 회사채나 CP를 개인들에게 판매해 자금조달을 할 수 없게 된다. 동부증권과 SK증권 등도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내려가면 투기등급에 속하게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