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서 수호신으로… 홍상삼의 대변신

입력 2013-10-17 18:53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같은 단기전에서는 불펜이 든든한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 성적도 변수가 되지 못한다. 승부는 실력 외에 정신력 싸움에서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16일부터 시작된 프로야구 PO 두산과 LG의 ‘서울 라이벌’ 대결도 그렇다.

두산의 아킬레스건은 불펜진이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다. 변진수와 윤명준, 오현택은 기복이 심하다. 안정감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불펜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선발’이다. 넥센과 벌인 5차례 준PO에서 유희관과 노경은은 혼신의 힘을 다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두산의 선발진이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미지수다.

LG는 올해 ‘신바람 야구’를 회복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됐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마운드는 180도로 변했다. 선발에 리즈와 류제국 ‘원투 펀치’가 팔짱을 끼고 있으며 마무리엔 봉중근이라는 대들보가 버티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히 LG의 전력이 더 강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불허다. 16일 경기가 대표적이다. LG의 류제국은 팀타율 1위 두산의 방망이를 피해가느라 5.1 이닝동안 109개나 던졌다.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은 LG의 화력을 적절히 요리했다. 88개의 공을 던진 노경은이 7회에 물러나고 홍상삼(23·사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조차 ‘호투하던 노경은을 내리고 왜 하필이면…’이라는 지적을 했다. 준PO 때 그가 보여준 ‘폭투’ 때문이었다. LG측 관중석에서는 “홍상삼”을 외치기도 했다. 두산쪽 펜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미운 오리’ 홍상삼 카드를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홍상삼은 분명히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150㎞ 안팎의 패스트볼, 예리한 포크볼과 슬라이더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결국 홍상삼은 LG의 클린업 트리오 말끔하게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수호신’으로 우뚝섰다.

홍상삼은 지난 6월7∼8일 삼성전에서 두경기 연속 끝내기 홈런을 맞아 얻은 ‘두바이 홍’ 별명을 지워버리고 5년 묵은 ‘홍삼’으로 거듭났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