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들통난 거짓말… 일그러진 스타 이천수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입력 2013-10-17 18:52 수정 2013-10-17 22:52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이 모였다. 거스 히딩크(67)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당시 활약했던 모든 선수들과 함께하진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만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 중엔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도 포함돼 있었다. ‘2002년의 영웅’ 이천수는 그날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조사받았다. 폭행도 폭행이지만 더 안타까운 건 이천수가 거짓말로 팬들을 우롱했다는 사실이다.
이천수는 지난 14일 새벽 인천시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옆자리에 있던 손님 김모(29)씨를 때리고 김씨의 휴대전화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사건 직후 “이천수가 손으로 테이블 위의 빈 술병 20개를 쓸었고, 이천수로부터 얼굴을 두 대 맞았다. 휴대전화 액정도 이천수가 집어던져 파손됐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천수는 구단을 통해 “폭행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지 않았다”며 “옆에 아내도 있는데 어떻게 폭행을 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천수는 폭력을 행사했고, 그의 아내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 이천수의 아내가 술집 주변 CCTV에 찍혔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천수의 아내는 시비가 붙었을 당시 현장에 없었고,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이천수를 데리고 현장을 떠난 장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수는 2007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의 머리를 때린 혐의로 고소당한 적이 있고, 2009년엔 당시 소속 팀이었던 전남 드래곤즈 코치진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임의탈퇴로 방출되기도 했다. 이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이천수는 임의탈퇴를 해제받고 이번 시즌 인천으로 복귀했다. 이천수는 인천으로 복귀하며 “(과거에 대한) 비난은 내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짐이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 비판이 환영으로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이천수의 다짐은 폭행과 거짓말로 물거품이 됐다.
인천은 17일 오전 긴급회의를 연 뒤 ”피해자와 이천수의 원만한 합의 유도를 돕기로 했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추후 사태를 지켜본 뒤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