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도영]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 쏠린 기대

입력 2013-10-17 18:59


지난 2월 사상 첫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을 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추천위는 요식행위라 지레짐작했다. 다른 자리가 아닌 검찰총장이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앉히고 싶은 유혹이 가장 큰 자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검찰총장은 추천위가 추천한 인물로,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지만, ‘설마’ 싶었다. 추천위에는 유·무형의 압력과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낙점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당선인 측이 특정 후보를 선호한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었다.

예측은 빗나갔다. 1기 추천위는 검찰총장 후보로 채동욱 김진태 소병철 세 후보를 선택했다. 박 당선인 측이 선호한다고 알려진 후보들은 빠져 있었다. 1기 추천위에 참여했던 당연직 위원의 말이다. “위원들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언론에는 여러 말들이 흘러나왔지만, 다들 이들 3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가 생각하는 후보들을 적어냈고, 가장 점수가 많이 나온 후보 3명이 선정됐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1개월 뒤 박근혜 대통령은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했다. 누가 보더라도 채 총장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1기 추천위가 열린 지 8개월이 흘렀다. 채 총장은 혼외아들 논란으로 낙마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 두 번째 추천위가 열린다. 20여명의 후보들이 추천됐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자리한 서초동에는 후보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온다. “A후보가 권력 실세와 인연이 깊다더라” “B후보는 출신 지역과 조직 장악력이 강점이라더라” “C후보는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더라” “D후보가 다크호스라더라”는 식의 얘기들이다.

권력 실세의 의중이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2월의 하마평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추천된 인사들도 3∼4명 외에는 동일 인물들이다. 달라진 건 새로운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약간의 체념, 흔들리는 검찰 조직에 대한 불안함마저 엿보인다. 채 전 총장의 낙마로 생긴 현상이다. 누가 후임으로 오더라도 ‘윗선’의 심기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

혼외아들 논란과 낙마 배후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검찰 조직 내부에 ‘권력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 ‘1년차 권력은 정말 세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러한 인식은 후임 검찰총장과 그가 지휘하는 검찰의 행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기 망설여질 것이고, 정치적 이해가 첨예한 사건을 처리할 때 권력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는 부지불식간에 2기 추천위의 후보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2기 추천위 위원들은 현재 검찰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검찰국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전 법무부 장관, 대학총장 등이다. 2기 추천위가 검찰 내부의 불안함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높아질 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공세, 여야의 첨예한 대립, 검찰을 장악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 등을 고려하면, 2기 추천위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섣부르게 예단하지 않으려 한다.

남도영 사회부 차장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