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영훈] 형제를 지키는 자
입력 2013-10-17 18:58
최근 북한 최고 지도자가 “3년 내에 무력통일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뉴스가 신문 지상에 보도됐다. 현실성 없는 엄포임을 알면서도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상자를 냈던 6·25전쟁의 참화가 떠올라 마음 한편으로 씁쓰름하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경색됐다고 해도 남과 북의 주민들은 같은 문화권에 살면서, 같은 언어를 말하고, 함께 피를 나눈 한민족이다. 그러나 한 민족, 한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갈라진 이후 서로 원수가 되어, 가족처럼 지내지 못한 세월이 어언 70년이 되어 간다.
어떤 이념도, 어떤 명분도 가족과 동족이 함께 만나고 같이 사는 것을 희생시킬 만큼의 가치는 없다. 인류 최초로 살인을 저지른 가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이 죽인 동생 아벨의 행방을 물으시자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라고 항변했다(창 4:9). 불행히도 그는 분노에 빠져 아우를 돌로 쳐 죽임으로써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는데, 자신이 아우를 지켰어야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온 인류를 ‘형제를 지키는 자’로 부르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형제를 지키지 못하는 자는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인과는 달리 ‘형제를 지키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어떠한 긴장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도주의적인 교류와 지원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결핵약 및 각종 예방 접종 지원, 유아들을 위한 분유 공급, 이산가족 상봉 및 지속적인 교류, 군사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없는 식량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인내와 끈기로 北 포용해야
지금 4년째 공사가 멈춰 있는 조용기심장병원도 같은 맥락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지원과 교류는 우리 민족이 장차 일시적인 분단을 딛고 통일시대를 열어갈 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우리는 하나라고 하는 민족혼을 되살리는 데 있어서 귀중한 물질적, 정신적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무슨 사건만 터지면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어 모든 지원은 물론 방북 및 대화조차도 차단되는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큰 틀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많은 축복을 소유한 나라로서 북한과 늘 똑같이 반응하면 안 된다. 하나님의 크신 축복으로 북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잘 살고 있는 우리가 자그마한 일 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북한과 밀고 당기는 일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큰형이 동생을 늘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으로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북한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찍이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주인집 문 앞에 굶주림으로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커다란 슬픔을 예고한다”고 읊었다. 한낱 짐승이 내버려진 사건에서 그 나라에 닥칠 큰 슬픔을 예감할 수 있다면, 형제가 형제를 지켜주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우리는 후대에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기도와 섬김, 나눔 실천할 때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교회를 위한 기도대성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8만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또다시 긴장 속에 놓인 남북관계와 냉엄한 국제정세에 절망하기보다는 함께 기도하며, 오늘 여기서 내가 나의 형제를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 앞에 알렸다. 이날 7주간 한 주 한 끼씩 금식하며 모은 성금을 어려움 중에 있는 형제자매에게 전달하는 순서를 가졌고, 이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간절히 부르짖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러한 기도와 섬김과 나눔의 실천이 이어질 때 통일은 어느 날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또한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바 형제를 지키는 자가 되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