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안정성 해치는 오락가락 진보당 투표 판결
입력 2013-10-17 18:54
통합진보당(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법원마다 달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급심 판결이라 최종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국민들의 행동기준을 종국적으로 규정하는 법원의 판단인 만큼 좀 더 신중하고 절제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16일 광주지법 형사 2단독 전우진 부장판사는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4명을 서울중앙지법과 달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광주지법의 논리는 단순 명쾌하다. 경선 투표는 직접선거의 대상이 아니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즉, 보통·평등·직접·비밀 등 선거의 4대 원칙은 대통령선거와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선거에 적용돼야 하는 규범이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헌법에 있는 이 원칙은 이미 국민의 법 감정으로 관습법처럼 확립돼 있어 법률이나 당헌에 규정이 있든 없든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판시했다. 백번 타당한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는 지난 7일 동일한 사안으로 기소된 피고인 45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하며 “헌법이나 법률에는 보통 직접 평등 비밀 투표 등 공직 선거의 4대 원칙을 당내 경선에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리투표를 특별히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면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론이었겠지만 여론의 반발은 거셌다.
법원 판결이 일반적인 여론의 흐름과 다르다고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다. 헌법에 규정된 ‘재판의 독립’이란 정치권은 물론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해 판결하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매우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법관의 신분보장이 완벽하지 않으면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관심의 초점은 최근 일부 법관들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느냐에 모아져 있다. 이때의 양심은 도덕성과 윤리성에 근거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양심임은 자명하다. 동시에 공정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엄정중립이라는 직업 수행상의 객관적인 양심도 포함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법관 자신이 사형폐지론자라고 해서 현행법상 인정되고 있는 사형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형태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동일 사안을 다르게 판결할 수 있다. 또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하급심이 반드시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판사마다 비슷한 사안의 결론이 너무 차이가 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정말 양심에 따른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