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 이중 잣대… 노래방 주인, 월 33만원이나 깎았다
입력 2013-10-17 18:46 수정 2013-10-17 22:39
서울의 한 노래방 주인 A씨가 매월 내는 건강보험료는 43만원이었다. 회사와 가입자가 건강보험료(월급의 5.89%)를 절반씩 나눠 내는 직장인과 달리 A씨 같은 자영업자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전체를 다 부담해야 한다. 그것도 직장가입자처럼 월급만 계산되는 게 아니라 종합소득(연간 1800만원)·재산(23억6000만원)·자동차(3대)까지 보험료 부과 대상이다. 고민하던 A씨는 노래방을 사업장으로 등록하는 꾀를 냈다. 사업자(지역가입자)에서 월급쟁이(직장가입자)로 신분을 바꾼 뒤 A씨 보험료는 10만원으로 줄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중복장애인 B씨에게는 매달 6만2000원(장애인 경감 적용)이 부과된다. 월수입은 먹고살기도 빠듯한 액수지만 10여년 전 산 40여평 땅이 재산으로 잡혀 보험료가 늘어났다. 그는 매일 공단 지사에 찾아와 그날 벌어들인 현금 중 일부를 내놓는 ‘일수찍기’를 한다.
수입이 늘거나 줄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보험료가 4분의 1 토막이 난다든지, 빈곤층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에게 과도한 보험료가 부과되는 이상한 일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 및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이중 잣대 때문에 생긴다. 지난해 건보공단에 제기된 민원 7100만건 중 80%가 넘는 5800만건은 이런 유의 보험료 관련 민원이었다. 노래방 주인 A씨는 보험료를 줄인 뒤 건보공단 지사에 찾아가 “그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중 잣대는 위장취업자도 양산한다. 월평균 3300만원의 수입에 6억원 재산과 자동차 2대까지 보유한 여성 연예인 C씨. 원래대로라면 지역가입자로 매달 168만원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그는 지인 회사에 월수입 90만원 근로자로 위장 취업한 뒤 보험료를 월 2만7000원만 내다 적발됐다.
직장가입자의 낮은 보험료 상한도 문제로 지적된다. 월수입 7800만원과 1억3500만원인 K로펌의 두 변호사. 월급은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건강보험료는 월 245만원으로 동일하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를 계산하는 월급 상한이 월 7800만원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17일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민원 사례를 공개하며 “직장 및 지역 가입자 간 불평등 때문에 갖가지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복잡한 보험료 부과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