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콜린스 웃고 베이너·크루즈 울고

입력 2013-10-17 18:46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와 부채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정치권에선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꼬인 실타래를 푼 민주·공화당 일부 상원의원은 승자의 반열에 섰지만 자기 목소리만 낸 공화당 강경파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이 16일(현지시간) 승자와 패자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놨다.

이번 협상안 도출에는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5선 중진이자 전략통인 그는 백악관과 공화당 하원이 치킨게임만 벌이던 협상안을 가져와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요리했다.

협상안 내용을 볼 때 리드 대표가 주도권을 쥐었다는 분석이 많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도 몇 가지 양보카드를 제시해 공화당이 반대만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공화당에선 협상안 초안을 마련한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이 승자로 꼽힌다. 중도 실용파로 3선 의원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드물었는데, 이번에 ‘키 플레이어’로 톡톡히 이름을 알렸다.

정치적 이득을 본 이들과 반대로 치명상을 입은 이도 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공화당 하원의장이 패자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셧다운 초기 하원 강경파 의원 30∼40명에 휩쓸려 백악관에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았다. 중반 이후 모두 그의 입을 쳐다볼 때도 극우 성향의 ‘티파티’를 의식해 강경발언만 쏟아냈다. 15일 상원 지도부가 어렵사리 만든 협상안도 본체만체 하며 강경파가 만든 ‘독자안’을 밀어붙이려 했다가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리더십도 잃은 셈이다. 1995년 연방정부를 21일간 폐쇄시켰다가 결국 몰락한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의 전철을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연설 시위를 21시간 이상 벌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지만 현 시점에선 손에 쥔 게 없다는 점에서 패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튀는 언행으로 당내에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했지만 대선까지는 3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폐기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 티파티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올라 정치적으로 손해만 본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