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감사원… 회의록 공개 입법화에 ‘반대’ 맞서

입력 2013-10-17 18:41 수정 2013-10-17 22:31


여야 의원들이 폐쇄적인 감사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여전히 감사위원회 의결 합의 과정을 비공개로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국민의 요구와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17일 감사위원회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국회가 요구할 경우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도 지난 7월 감사위원회 의결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비공개 내용도 소관 상임위가 요구할 경우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법사위원 상당수가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법 개정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 감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회의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감사원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거부했다. 감사원은 감사원 훈령에 근거해 감사위원회 의결사항만 열람 형태로 공개하고 심의·의결 과정을 담은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자료를 공개하는 경우에도 공문 작성자 이름을 가린 채 제출하고 있다.

감사원은 회의록 비공개의 근거가 되는 훈령이 공공기관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자 올해 초 법제처에 제출한 입법계획에서 감사원법에 ‘감사위원의 공정한 심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의결 합의 과정은 비공개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로부터 지적을 받자 수정 입법계획에서 ‘비공개’ 대신 국회에 대한 ‘감사자료 제출 부담 완화’로 슬그머니 바꾸었다. 이 역시 국감 자료 미제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감사원은 2008년 18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퇴행적인 법안이라는 이유로 법사위가 부결시켰는데도 문구만 살짝 바꿔 입법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는 기관으로 국회가 거의 유일한데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감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에게 공정성을 인정받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세 차례 감사에서 정반대 결과를 내놓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감사원의 무사안일 행태가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 주심이었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2010년 부산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