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 스마트폰으로 예약 이체” 상인들 등친 자매 사기단

입력 2013-10-17 18:34


상점에서 스마트폰 뱅킹으로 결제한 것처럼 점원을 속여 옷 등을 구입해온 철없는 ‘자매 사기단’이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모바일 예약이체’ 시스템을 악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상습사기)로 장모(23·여)씨와 장씨의 언니(27)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자매는 지난 6월 27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옷가게에서 57만원짜리 옷을 고른 뒤 스마트폰으로 예약이체 화면을 보여주며 “옷값을 계좌로 이체했다”고 주인을 속이고 옷을 가져갔다. 이런 수법으로 11차례 800만원 상당의 상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예약이체’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결제가 이뤄지도록 금융기관에 미리 이체 신청을 해두는 제도다. 장씨 자매는 통장에 잔고가 없어도 예약이체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스마트폰의 예약이체 화면을 보여주고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거나 안경점, 화장품 가게 등에서도 사기를 쳤다.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예약이체 화면을 결제완료 화면인 양 속이거나 “여기 설정된 시간에 결제될 테니 믿으라”고 판매원들에게 말하곤 했다. 예약이체를 하면 수취인과 발송인 이름 등의 정보가 모두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상인들은 결제가 완료된 것으로 믿었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수수료가 부담스러워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상인들이 주된 피해자였다”며 “예약이체를 모르는 상인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씨 자매는 사기죄로 1년6개월간 복역하고 지난 4월 출소한 뒤에도 수십 건의 사기 행각을 벌여 수배 중이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