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12년 징수 포기 세금 11조… 월급쟁이 지갑만 터나

입력 2013-10-18 00:46

지난해 정부가 징수를 포기한 세금인 불납결손액이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달 월급쟁이 봉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가는 원천징수 소득세의 수납률은 99.3%인 반면,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신고 후 납부하는 신고 소득세의 수납률은 78.4%에 불과했다. 정부가 고소득자의 세원을 발굴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앞서 보다 적극적인 징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17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세입예산안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정부는 총 215조4205억원의 징수 결정액 중 196조1642억원을 거둬들였다. 징수해야 할 19조2563억원이 구멍이 난 셈이다. 납부 기한 내에 세금을 내지 않은 미납액이 8조2123억원, 불납결손액이 11조440억원이었다. 불납결손액은 전년(7조2739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또 전체 미납액 가운데 소득세 미납액은 3조726억원(37.4%)에 달했다.

불납결손은 세금 체납자의 재산이 없거나 시효가 지났을 때 징수 절차를 중지·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노력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미납액과 달리 손실로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징수를 포기한 세금이다.

특히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와 역외탈세가 징수율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신고 소득세 불납결손액은 1조7849억원으로 원천징수 소득세 불납결손액(1387억원)보다 13배 가까이 많았다. 세원이 투명한 월급쟁이의 소득세는 잘 걷히지만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누락과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 부문에서는 세정당국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는 상위 10%가 전체의 80%를 낸다”며 “안 걷히는 세금이 늘어난 것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체납하는 세금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가가치세 손실도 전년보다 급증했다. 지난해 부가가치세 불납결손액은 4조9486억원으로 전년(1조6363억원)보다 3조3123억원 늘었다. 부가세는 폐업 이후에도 판매액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지만 폐업사업자가 두 손을 들면 징수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징수 실적을 종합해 볼 때 고소득자 탈루 방지와 납세 형평성 측면에서 지난해 정부의 징수 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세정당국이 고소득 자영업자 탈루나 역외탈세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기획조사를 많이 진행했지만 불납결손액 등을 볼 때 실제 성과는 예상보다 많이 부족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