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 저축銀 사건과 판박이”… 금융위 늑장 대응 질책

입력 2013-10-17 18:30 수정 2013-10-17 22:25


“지금 동양그룹이 촉발한 사태는 제2의 저축은행 사건입니다. 너무나 똑같은 일이 판박이처럼 재연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습니다.”(민주당 김기식 의원)

17일 박근혜정부의 금융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는 ‘동양 국감’으로 비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동양그룹의 부실 회사채·기업어음(CP) 판매 문제에 금융위가 사태를 예견하고서도 늑장 대응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이 2011년 말 동양그룹의 회사채·CP 판매 규제를 위해 금융투자업법 개정을 금융위에 건의했지만, 금융위는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진 올해 4월에야 최종 통과시켰다.

의원들은 개정안의 최종 통과 이후 시행 유예기간이 늘어나지 않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시행일이 이달로 늦어지면서 개인 투자자가 투자한 CP 잔액이 오히려 총 2700억원 줄었다”고 맞받았다. 그는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많은 의원들은 이런 신 위원장의 태도를 비난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신 위원장에게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고 당당하게 대답하느냐”고 했고,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은 “신 위원장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부실 기업인 동양의 경영진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사절단에 동참했는데, 이는 시장에 신중하지 못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스크리닝’ 측면에서 무책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믿고 투자해준 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며 “사재를 다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피해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9월 9일에 저도 CP를 5억3600만원어치 샀고, 가족이 2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지금 피해 규모가 얼마인데 5억원어치를 샀다고 말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후 대여금고에서 물건을 찾아간 것과 관련해서는 “찾아간 것은 현금이나 금괴가 아니라 결혼할 때 한복에 있던 노리개, 비녀, 마고자 단추, 아이들 돌반지였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