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합병

입력 2013-10-17 18:22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강판(냉연) 사업을 합병해 매출 20조원대 거대 일관제철소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두 회사는 17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현대제철에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 시기는 12월 31일이다.

그동안에는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가공해 자동차 강판을 제조하는 이원체제였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이 쇳물부터 열연·냉연강판 생산으로 이어지는 공정을 일원화하게 됐다. 현대제철 측은 “생산 효율도 커졌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관제철소이자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하이스코의 현금창출력이 좋아 현대제철의 재무 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14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늘게 됐다. 국내 최대 제철소인 포스코는 연매출이 70조원 안팎이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 사업을 건네준 뒤 강관 부문과 자동차 경량화 사업, 해외 생산 공장에 철강재를 유통하는 해외 스틸서비스센터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그룹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현대제철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5.7% 갖고 있고 정몽구 그룹 회장은 현대제철 주식을 12.5%, 현대하이스코 주식을 10%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합병된 현대제철 주식을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주식과 맞바꾸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모비스 지분 6.95%를 가진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게 돼 후계자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증여하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 측은 “이번 합병은 시너지 효과 차원이지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