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급감에 공공입찰 스톱… 건설업계 ‘시련의 계절’

입력 2013-10-17 18:22 수정 2013-10-17 22:48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에 따른 수주 물량 급감에 이어 잇따른 담합 제재로 공공(公共)공사 입찰마저 제한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해외현장 수익성도 떨어지는 등 건설업계가 시장악화, 공공물량 제한, 해외 리스크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조달청에 의해 15개 건설사의 공공공사 입찰이 최대 15개월간 중단되면서 해당 건설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공사 참여 기회마저 제한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수익성이 크진 않았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공공사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2010년 국내 공공 분야 수주는 38조2368억원이었다가 2011년 36조6248억원, 2012년 34조776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어도 국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0%를 넘는다. 또 공공공사는 리스크가 낮고 해외 진출 시 실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어 중요한 사업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사참여 제한 조치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사의 경우 최대 2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우려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7일 “실적 악화도 문제지만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해외 수주전에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입찰 제한 여파는 대형 건설사보다 중견 건설사에 보다 직접적으로 미친다. 해외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대형사들에 비해 국내 비중이 절대적인 중견사들에 공공공사 입찰 제한은 심각한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판교신도시 아파트 공사 관련 담합 제재를 받은 35개 건설사는 중견사가 대부분이고 해당 건설사 가운데 상당수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상반기 해외에서의 손실로 ‘어닝 쇼크’(급격한 실적악화)를 겪은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S건설은 해외 도급공사 수주 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과대 계상했다는 이유로 증권 관련 집단 소송에 피소되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여건에서 무더기 제재까지 받게 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달청이나 LH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나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중 일부는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4대강 공사 중 수공의 요청에 따라 설계변경 등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음에도 수공이 해당 비용을 정산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45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지급 공사 대금을 이유로 건설사가 공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국책 사업에 참여하면서 과징금에 입찰 제한까지 받았는데 폭리를 취한 것으로 비쳐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를 바로잡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