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대적 구조조정] 5년 후엔 大입학정원 > 高졸업정원… 초읽기 몰린 개혁

입력 2013-10-17 18:16 수정 2013-10-17 22:21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 것은 대학 자율에만 구조개혁을 맡겨놓을 경우 고등교육 체계 전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출산율 급감에 따라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생이 대입 정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학들이 대량으로 문을 닫는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본격화해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지방대는 물론 수도권 소재 대학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다.

◇지방대학 고사 위기=2018년 고등학교 졸업생은 54만9890명으로 줄지만 대학 입학정원은 55만9036명으로 대학 정원이 9146명 많다. 2023년에는 대학 정원이 16만1038명 더 많고 2025년엔 14만9335명, 2030년엔 15만3864명 등 2020년 이후에는 15만명 내외의 초과 정원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2020년까지 대학 정원을 현재보다 15만명은 줄여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부터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정량 지표를 통해 정부재정 지원제한 대학,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경영부실 대학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개혁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퇴출 대학은 중대 비리를 저지른 4개교에 불과해 정부가 시급한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1996년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 시행 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부실 대학들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최근 교육부는 준칙주의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교육부 밑그림, 어떤 내용 담겼나=새로운 대학평가 안은 모든 대학을 절대 평가해 3개로 그룹화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질과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가 병행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소규모 권역별 토론회,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 11월 중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 대학 평가는 취업률과 교원확보율, 재학생 충원율 등 양적 지표로 상대평가를 해 하위 15% 대학을 정부재정 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정량 지표가 대학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53개 회원대학 총장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총장들은 현행 대학 구조개혁 제도로 ‘단기간의 지표값을 올리는 편법 성행’(92.8%), ‘상대평가로 인한 무분별한 경쟁’(84.3%)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대학들이 지표상 좋은 점수를 얻고자 이른바 ‘비인기학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부작용이 일자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 평가에서 인문과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은 취업률 지표 산정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공정한 평가 가능할까=평가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학연·지연으로 뭉쳐 있는 학계 관행이 최대 장애물로 예상된다. 눈에 보이는 지표 대신 평가자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평가의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에는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부실 사학으로 퇴출 위기에 내몰린 전북 남원 서남대의 경우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시민들을 중심으로 퇴출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부실 재단의 퇴로를 마련해주는 방안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사학법인이 해산할 때 설립자 등 재정 기여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 대학 설립자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주는 방안은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