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없는 한국신학 미래가 없다”… ‘한국 신학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
입력 2013-10-17 18:04
‘신학교는 없다. 신학공장이 있을 뿐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목회자 양성교육기관인 신학교를 두고 교계에 회자되는 얘기다. 현장 목회를 대비한 신학교육 및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신학교육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신학적인 소양만 강조하는 건 반쪽짜리 교육입니다. 실천신학과 조화를 이뤄야 해요.”(강경민 일산은혜교회 목사)
‘한국 신학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이 주제를 놓고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 김형원)가 17일 서울 동교동 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연 포럼에서는 신학대의 교육과정 혁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목회현장에서 바라 본 신학교육’을 주제로 발제한 강 목사는 “현행 신학교육 과정에는 실제 목회활동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교육 커리큘럼이 많이 약하다”고 지적하면서 “목회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실천신학 부문을 보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3년 과정인 목회학석사(M.Div)를 총 4년 과정으로 1년 연장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전반기 2년 동안에는 기본 소양을 포함한 신학 교육에 집중하고, 후반기에는 신학 부문과 목회 부문을 구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찾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목회자의 도덕·윤리성 강화를 위한 신학교내 인성 교육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장로회신학대와 한신대, 서울신학대 등 9개 신학대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협의회에 따르면 신학교 전체 커리큘럼에서 인성관련 교육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신 신학형성 교육은 80%를 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일부 신학교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 검사와 성격기질검사(TCI) 등을 실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교수와 학생간 1대1 멘토링, 예·체능과 사회봉사 교과목 증설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신학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국내 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자기 신학의 부재’를 꼽았다. ‘자기 신학’은 한국 그리스도인이 자기 상황(한국의 역사와 사회)을 통해 고민하면서 스스로 체계화한 신학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과거 ‘민중신학’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기 신학에 대한 고민조차 없는 것이 한국교회, 한국 신학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교회의 신학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자기 신학을 확립하는데 교회와 신학교육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 인가를 받은 신학대 및 신대원, 신학대학원대학교는 60여 곳. 비인가 교육기관까지 합하면 200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