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 열연중인 뮤지컬 배우 윤형렬
입력 2013-10-17 17:53
“노트르담 꼽추 연기하다 허리 대수술
후회도 했지만 이 역할 놓을 수 없어…”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 연기를 하다 제 신세가 그 못지않게 됐었어요. 콰지모도의 노래 중에 ‘불공평한 이 세상’이란 게 있어요. 노래 제목처럼 제가 세상을 원망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30). 그는 꼽추이자 귀머거리, 절름발이인 이 캐릭터를 노래로 절절히 보여준다. 그는 여러 곡 중 ‘불공평한 이 세상’을 꼽으며 “하나님을 원망하며 불렀던 곡”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이야기. 1998년 뮤지컬로 제작돼 프랑스에서 처음 공연됐다. 이후 15개국에서 4000회 이상 공연돼 60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한국 초연은 2005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다. 그리고 2007년, 프랑스 오리지널팀에 의한 한국어 공연이 진행됐다. 신인 윤형렬은 패기 하나로 콰지모도 역 오디션에 도전했다.
“콰지모도를 맡기 위해 태어난 목소리!” 프랑스팀은 그렇게 그를 전격 발탁했다. 뮤지컬에 ‘미쳐’ 살았던 스물 넷 청년, 그 후 돌진하듯 콰지모도가 되어 살았다. 그러나 콰지모도는 “행복의 종소리, 한 번도 날 위해 울리지 않네”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온갖 고통을 안은 성당 종지기였다. 윤형렬은 ‘기쁘게’ 그런 고통을 입었다.
“노래 ‘불공평한 이 세상’은 콰지모도가 사랑하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성당 종탑으로 숨긴 후 부르는 노래입니다. 지쳐 잠든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면서 말이죠. 추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겠죠.”
무대에서 꼽추와 절름발이 연기는 쉽지 않았다. 왼쪽 어깨 뒤로 쿠션을 넣어 허리를 굽히고, 오른발은 실감나게 절어야 했다. 그렇게 150여회의 무대를 오르며 살기를 3년째.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결국 무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대수술을 받았어요. 통증도 크려니와 휴대전화조차 쥘 수 없었어요. 건강했었죠. ‘왜 하필 나지’ 하는 원망도 들었고요. 하나님,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고통을 주느냐고 울부짖지 않을 수 없었어요. 콰지모도 역을 맡은 걸 후회하기도 했죠. 그런데 병원 생활이 계속 될수록 ‘그가 곧 나’인 거예요.”
그는 수술 후 꾸준한 물리치료, 운동 등을 통해 재기했다. 한국어 초연 공연부터 함께 했던 에스메랄다 ‘바다’의 격려가 힘이 됐다. 바다는 그의 단국대 선배이자 연기 선배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걸로 기억해요. 바다 선배가 제게 전화했어요. 종지기가 왜 하나님을 믿지 않느냐고 구박(?)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웬걸요. 1시간 가까이 하나님 얘기만 하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니 그런 날 데이트도 안하나 생각했죠. 하하.”
하지만 종지기 역으로 한 두 해가 지나고 몸이 아프면서 바다의 잔소리 같았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작품 속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 또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주교 프롤로와 근위대장 페뷔스 등 그들 모두는 신 앞에서 강하나 약하고, 약하나 강한 인물이었다. 그 또한 그랬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 구원에 다다르는 것이 이 뮤지컬의 흡입력이다.
“요즘 주 4회 정도 무대에 섭니다. 콰지모도 역에는 애증이 있어요. 그렇다고 콰지모도와 떨어질 수 없어요. 관객이 매번 감동하는 콰지모도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하루도 운동을 빼놓지 않습니다. 무대에서 또 내려오면 안 되잖아요. ‘콰지모도 윤형렬’로 기억하는 관객이 있으니까요.”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