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나라 곳간] 中企 고용환경개선사업 보조금도 뻥 뚫려
입력 2013-10-17 18:07
중소기업의 근로환경 개선사업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이 새고 있다.
고용환경개선사업은 제조업이나 지식기반서비스업체가 기숙사, 구내식당, 체력단련시설, 목욕탕 등의 시설을 개선할 경우 시설투자 금액의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인원에 비례해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77개 사업장에 127억원, 올해는 9월 말 현재 206개 사업장에 104억83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착복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14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환경개선사업 지원금 3억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인테리어 업체 대표 김모(44)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씨와 공모한 건축업 브로커 이모(44)씨와 고용환경개선사업 발주회사 대표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모 업체의 직원 기숙사와 구내식당 환경개선사업 공사 금액이 3300만원인데도 6600만원으로 공사비를 부풀린 허위계약서를 작성,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29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등 회사대표 11명과 짜고 지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공사 후 담당 공무원은 현장실사까지 했지만 뻥튀기 공사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은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회사 대표들에게 ‘정부 지원금을 받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설 개선공사를 할 수 있다’고 꼬드겨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런 수법으로 공사건수를 늘려 이득을 얻었고, 발주회사들은 공사비를 지원금으로 모두 받아 ‘공짜’로 시설개선공사를 했다. 경찰은 부정 수급된 지원금을 3배로 환수 조치할 수 있도록 적발된 업체 명단을 노동부에 통보했다. 이는 처음 적발된 사례지만 전국적으로 유사한 비리가 만연해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사비를 부풀릴 수 없도록 올해부터 공사 종류별로 표준단가를 제정했고, 지방 고용센터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건축전문가를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며 “내년부터는 건축비 직접 지원규모를 줄이고 융자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선정수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