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1호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권영모 “10대 그룹도 특허소송 우왕좌왕… 대비 안하면 먹잇감”
입력 2013-10-17 18:46 수정 2013-10-17 22:15
10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은 ‘특허전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국과 미국 두 사법부를 중심으로 오는 20∼22일 ‘2013 한·미 지적재산권 소송 콘퍼런스’(이하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국내 1호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통하는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60·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이번 콘퍼런스추진위원회 사무국 운영팀장을 맡고 있다. 권 변호사는 지적재산권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전문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1995년 미국 기업 몬산토가 “젖소산유 촉진제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LG생명과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LG를 대리했다. 한국 멕시코 남아공에서 모두 승소를 이끌어내며 유명세를 탔다. 현재 삼성·애플 소송, 듀폰·코오롱 소송 등 굵직한 특허 소송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지적재산권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기업들의 준비태세는 여전히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지적재산권 소송에 걸리면 우왕좌왕한다”며 “일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이미 현실화된 특허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 변호사는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불평만 늘어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독일에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뮌헨이 아닌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을 택했다. 권 변호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지방법원 재판부를 호도하려는 애플 측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권 변호사는 10개국 30여명의 현지 변호사들과 매일 회의를 열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를 둘러싼 듀폰·코오롱 간의 1조원대 특허 소송도 마찬가지다. 듀폰은 미국 버지니아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은 버지니아 주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버지니아 주민인 배심원들은 듀퐁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권 변호사는 “쉽게 생각하면 울산 주민들이 현대자동차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패소한 코오롱 측은 배심원이 없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권 변호사는 “해외 기업들은 소송을 제기할 때 해당 국가와 지역의 문화·특성까지 고려하는 수준”이라며 “기술개발 단계부터 제조·판매까지 지적재산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특허법원과 특허청,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콘퍼런스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지적재산권 분쟁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콘퍼런스에는 삼성 LG SK 현대모비스 등 주요 대기업도 임직원들을 대거 참여시킬 예정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