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편견 걷고 배우로 봐주세요”… 영화 ‘배우는 배우다’ 주연 맡은 가수 겸 배우 이준

입력 2013-10-17 17:30


이준(25)은 진지했다. 그룹 ‘엠블랙’ 멤버로 무대와 예능을 종횡무진 유쾌하게 누비던 환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진심’ ‘최선’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자신이 얼마나 연기에 목말라 했는지 털어놨다. 아이돌이라는 편견 없이 배우로 대해 달라는 열정이 느껴졌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배우는 배우다’는 ‘영화는 영화다’ ‘풍산개’에 이어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다.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서 이준은 주연을 맡았다. ‘피에타’ 홍보로 SBS ‘강심장’에 출연한 김 감독이 한 번 읽어나 보라며 건네준 시나리오를 이준은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 그는 “정말 단숨에 읽었다. 너무 재밌었다. 가벼운 미팅 현장에 시나리오를 달달 외워서 갔더니 감독님이 감동받았다고 하셨다”라며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폭력적인 베드신에 욕설과 폭행 장면이 난무하는 센 역할이라 소속사는 반대했지만 “이 영화는 무조건 해야겠다”며 설득했다.

이준이 연기한 ‘오영’은 열정 넘치는 배우 지망생으로 단역에서 조연, 순식간에 최고의 스타 자리까지 올랐다가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굴곡 있는 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감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거의 모든 장면에 오영이 등장하기에 단독 주연이라는 부담도 있었다. 이준은 “솔직히 말하면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겁게 느껴졌다. 힘들면 힘들수록 좋은 연기가 나올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단번에 “처음과 마지막에 오영이 연극을 하는 장면”이라고 답했다. 이준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지만 단역이라 처음에는 마네킹을 세워 놓고 독백을 한다. 마지막에는 톱스타에서 밑바닥까지 추락한 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다시 같은 행동을 한다”며 ‘배우는 배우다’의 함축적인 메시지가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문득 김기덕 감독의 평가가 궁금했다. 그는 쑥스럽다는 듯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느낌이라고 칭찬해 주셨다”며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배우의 심장 박동 소리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반드시 전달된다고 하셨다.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준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그룹으로 데뷔했다. 연기와 멀어졌지만 가슴 속에서는 계속 배우라는 꿈이 꿈틀거렸다. ‘배우는 배우다’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장면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그는 “영화를 마음껏 즐겨주시고 제 진심이 통했으면 좋겠다”며 관객에게 미리 인사를 건넸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