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착용하는 시대… 스마트 기기에도 패션을 담아라

입력 2013-10-17 17:24


‘스마트 워치’ 출시를 기점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T 업체와 패션 업체들의 영역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영국 고급 패션 브랜드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인 안젤라 아렌츠(53·사진)를 유통 및 온라인 스토어 담당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이런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IT 기업이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패션을 입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에서 아렌츠가 맡게 될 역할이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워치’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단순히 기능을 갖춘 IT 기기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패션 분야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렌츠는 낡은 이미지였던 버버리를 젊은 감각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주인공이다. 버버리는 아렌츠의 지휘 아래 5년간 매출이 2배 증가했고, 주가는 186% 뛰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버버리를 성공적으로 키운 경험이 있어 아이폰5S와 아이폰5C로 중국시장 공략을 노리는 애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를 출시하면서 패션 업체와 협업을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제일모직 여성 브랜드 구호 10주년 기념 패션쇼에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 25세트를 제공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중에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모스키노는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 전용 액세서리를 공개했다. 모스키노는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를 활용해 패션쇼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뉴욕 패션위크 행사장에서도 갤럭시기어를 패션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패션 업체와 협업을 이끄는 인물은 이영희(49) 무선전략마케팅담당(부사장)이다. 그는 요즘 항상 갤럭시기어를 직접 차고 다니면서 주요 패션 업체를 삼성전자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에서 일하다 2007년 삼성전자로 옮겨 갤럭시S3 등을 성공적으로 판매한 경험이 있다.

패션 업체의 IT 진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는 이날 스마트워치를 발표했다고 미 IT 전문매체 슬래시기어가 보도했다.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마라톤 모드, 음악 스트리밍 기능 등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399달러(약 42만원)다. 그동안 스마트 워치가 IT 업체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아디다스의 도전은 신선하다는 평가다.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전망은 ‘스마트폰의 미래’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의 미래’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종근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IT 업계의 미래인가, 패션업계의 미래인가’ 보고서에서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관련해 열리는 많은 행사의 참석자 대부분이 패션 업체 관계자”라며 “패션 아이템에 점진적으로 IT 가치를 넣어 자연스럽게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주된 방향성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