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비효율의 주범’된 철도… 민영화가 대안일까

입력 2013-10-17 17:22


철도의 눈물/박흥수/후마니타스

이 책을 쓴 이는 철도 기관사다. 18년 전 철도 공무원 시험에 운전직으로 지원한 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이따금 화물 열차를 운전해 온 기관사. 누구보다 기관사 직업에 대한 애착이 강해 ‘철도 오타쿠’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는 왜 ‘펜’을 들게 됐을까. IMF 경제 위기 직후 철도와 철도 노동자가 비효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주장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쩌다 철도가 이런 신세가 된 것일까, 철도 운전석에 앉는 틈틈이 철도와 철도 정책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에서 각종 자료를 모으며 씨름했다. 이명박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공론화되면서, 지난해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당시 코레일에 맞서 진보적인 인터넷 매체 등에 기고한 것들을 토대로 철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써내려간 산물이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형태만 바꾼 민영화라고 반박하며 왜 민영화를 해서는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새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철도 안전사고와 관련, 기관사라서 알 수 있는 운전 도중 접하는 각종 설비 장치와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은 ‘기관사 실수’ 등 인재 위주로 접근하는 시각과 분명 다르다. 한국 철도의 정시 운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오히려 이렇게 1분 1초라도 늦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작은 실수를 큰 사고로 만들 수 있다는 대목도 역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른 목소리다.

저자는 KTX 이용객들의 최대 불만 중 하나인 맛없는 도시락의 문제 역시 업무 효율화 과정의 산물로 본다. 효율화를 위해 만든 자회사들이 결국 이렇게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철도공사가 주도적으로 지방별 열차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지역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제철 도시락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노동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현실을 진단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과정에서 한 번쯤 귀담아들을 만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