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인문학이 만나는 신과 과학·예술의 세계
입력 2013-10-17 17:34
미술의 생각 인문의 마음/전준엽(중앙위즈·1만5000원)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여배우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많이 그렸다. 한 가지 표정을 단색조로 복제하듯 화면에 배치했다. 모든 사람이 누리는 예술은 똑같은 것일 뿐 특별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현대인들은 똑같은 아파트에 살며, 회사에서 밥벌이를 하고, 대중 매체로 정보를 얻는다. 워홀은 이런 대중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미술을 바꾸었다.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도 팝아트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너도나도 미국의 리히텐슈타인 같은 작가를 꿈꾸며 만화를 복제한다. 하지만 이건 난센스 같은 짓이다. 왜냐하면 제2의 리히텐슈타인은 필요 없으니까. 프랑스의 입체파 화가 페르낭 레제는 기계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그는 기계의 기하학적 구조와 차가운 질감에서 뽑아낸 독특한 형태로 입체파의 새로운 갈래를 만들어냈다.
전시기획과 미술평론을 하다 전업화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미술에 숨은 발칙한 인문학 코드 읽기를 시도했다. 인문학적 사고의 출발점에서 만나는 신과 과학의 문제, 예술의 탄생과 성장에 필요한 자연·사회적 환경, 인문적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우리 미감의 세계, 인문학적 코드로 작동되는 현대미술 등을 다루고 있다. 글 내용과 관련 있는 그림도 실었다.
이광형 선임기자